[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몸집 줄이기에 나선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잔액이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보수적인 대출 영업 결과로 분석된 가운데 저축은행들은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 부실 채권은 정리하면서 건전성 관리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상호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100조74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을 기록한 이후 15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이다.
계속되는 여신 감소에 대출 잔액 100조원 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상호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2021년 11월(98조1324억)에 마지막으로 90조원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100조원 이상 유지돼 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감소 기조가 이어질 경우 다시 100조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 보인다.
대출 잔액 감소는 저축은행 업계가 높아진 이자 부담과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여·수신 규모를 줄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며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2.25%포인트 오른 8.80%를 기록했다. 2015년의 9.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게 집계된 것이다.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같은 기간 2.59%포인트 증가해 10.32%로 치솟았다.
이에 건전성 관리가 시급해진 저축은행들은 보수적인 영업활동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담보대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이번 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기존보다 최고 2.1%포인트 낮췄다.
일반적으로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통해 결정되는데 기준금리는 국가가 정한 정책금리여서 개별 금융사가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 반면 가산금리는 고객의 신용점수나 이자 마진율에 따라 금융사별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번 SBI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도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이뤄졌다. 조정을 통해 SBI저축은행의 주담대 평균 실행금리는 기존대비 1%포인트 낮아진 7%대로 형성될 전망이다.
새로 주담대를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수도 늘었다. 올해 4월 기준 저축은행의 아파트·주택담보대출 상품은 94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15개 상품이 새로 추가됐다.
일부 저축은행은 동산담보대출의 영업 활동을 늘리며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 동산담보대출은 대부분 본인 명의로 된 차량을 담보로 하는 자동차담보대출로 이뤄져 있다. 자담대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차량을 담보로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자담대 영업활동에 적극 나선 웰컴저축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7321억원으로 집계됐으며 1년 사이 54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저축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도 13% 증가해 2105억원을 기록했다.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며 건전 자금 확보에 나선 저축은행업계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약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 정리도 상반기에 추진한다.
매각하려는 부실채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펀드다. 2차 PF 정상화 펀드의 규모는 5100억원으로 전체 매각 규모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이어 개별업체의 부실채권 대손상각이 3000억원 정도로 이뤄질 예정이며 개인 무담보·개인사업자의 부실채권 매각은 1360억원 규모로 진행될 계획이다.
현재와 같은 여신 규모가 유지되고 상반기 추진하는 부실채권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은 약 1%포인트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 전반에서 담보대출이 확대되는 것은 불안정한 신용대출을 줄이고 안전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부실채권 정리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건전성 지표 관리와 높아진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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