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평가기준을 변경하면서 저축은행업계의 충당금 부담이 크게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충당금 부담·실적 악화로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자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현상점검과 M&A(인수수합병)규제 완화에 나섰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분기 79개의 저축은행은 순손실은 총 1543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3배 증가해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연체율도 전년 말 대비 2.25%포인트 오른 8.8%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PF 리스크와 연체율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규모를 확대한 것이 실적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평가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기준 강화에 따른 여수신규모와 이자수익 감소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PF 사업장 평가기준 변경으로 업계를 둘러싼 재무건전성 우려는 2분기 더 커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이번달부터 적용해 사업장 평가기준을 네 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이중 부실우려 등급에 해당하는 사업장 대부분은 저축은행이 보유한 브릿지론이라 추가적인 충당금 마련이 시급해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보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상황이다”며 “지난해에 비해 연체율이 상승했고 PF 사업장 평가기준 변경에 따른 충당금 부담까지 늘어나 2분기에도 업계에선 자본 확충과 재무건전성 관리가 우선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증가한 저축은행업계의 재무건전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회사를 대상으로 2차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번 현장점검은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10여개 저축은행이 연체율 관리 방안을 얼마나 시행했는지를 중점으로 살필 계획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연체율 관리가 미흡한 저축은행 대상으로 적정시기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적정시기조치는 세 단계(경영개선 권고, 요구, 명령)로 구성되며 국제거래은행(BIS) 비율이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실태평가 취약 등급 이하인 경우 대상이 된다. 적정시기조치 대상이 되면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에 경비 절감, 부실자산 처분 등을 명령할 수 있다.
현장점검에 더해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수도권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검토도 시작했다. 검토 내용은 수도권 저축은행의 매각 활성화를 위해 BIS 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수도권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법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거나 부실 등급 판정을 받아야만 매각에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행보는 저축은행 매각을 유도하고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에도 저축은행 M&A 관련 규제를 한차례 완화했다. 그러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에만 BIS 비율 예외를 적용해 수도권 저축은행의 매각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가져오진 못했다.
실제 지난해 규제 완화 후 10개월 동안 저축은행의 매각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못했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의 조치와 별개로 업계차원에서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고자 개인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부실채권 공동매각을 추진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총 18개 저축은행이 136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공동매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동 매각에는 우리금융F&I와 키움F&I, 하나F&I가 매수자로 나서며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번 달 말까지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공동매각, 펀드 조성 등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업계 차원의 노력이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이번 규제 완화는 건전성이 더 악화되기 전에 지주계열과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수도권 진출을 유도해 저축은행 M&A 시장 활성화와 시장 구구조정 진행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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