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구글이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한 지 석 달째에 접어들며 ICT(정보통신기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이 갈수록 커지면서 허용 가능성이 더 커져서다.
4일 연합뉴스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5일 박상우 장관 주재로 관련 회의를 열고 5000대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구글의 요청에 대한 1차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구글은 구글지도 기능 보완을 위해 지난 2007년과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두 차례 모두 안보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다.
구글은 현재 2만5000대1 축적의 공개 지도 데이터에 항공사진, 위성사진 등을 결합해 한국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도 서비스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2016년 국내에 서버를 두고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라고 제시했지만 구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엔 정부가 달라진 통상 환경 등을 감안해 구글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가 전방위적 관세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요한 비관세 장벽으로 공개 지목된 정밀지도 반출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에서 전향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선 출마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난 한덕수 전 총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정밀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전향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국정을 총괄해 온 총리실에서 이미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에 대해선 허가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 역시 일찌감치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간 특수한 안보 환경을 이유로 정부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시장 지위를 누려왔다면 이번엔 한국 시장을 놓고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지도·내비게이션 부문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네이버 지도가 2704만7733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티맵(1464만6727명), 카카오맵(1171만258명) 등 순이다.
구글지도 MAU는 911만162명으로 4위에 머물렀다. 절대적 수치 자체도 네이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압도적으로 글로벌 1위인 구글지도의 위상을 생각하면 한참 차이 나는 구도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해 한국 지도 서비스에서 본격적 경쟁에 나설 경우 당장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전방위 플랫폼 사업자로서 지도 서비스를 통해 다른 서비스로 유입되는 이용자 비율이 높아 이번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직접 지도 문제를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구글지도 문제는 업계 내부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지도를 통해 유입되는 이용자들이 상당한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