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공매 활성화 방안이 시행되자 저축은행업계의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PF 사업장 정리에 관련 리스크는 점차 해소되기 시작했으나 건전성 관리 부담이 함께 늘PF어 저축은행의 고난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에 부동산 PF 경공매 활성화 방안이 시행된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총 32건의 경공매가 진행됐다. 이 중 3곳은 낙찰까지 이어졌다.
적용된 경공매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6개월 이상 연체된 PF 채권의 3개월 이내 경공매 실시 의무’와 ‘경공매 미흡 사업장의 공시지가 평가’다.
저축은행업계는 활성화 방안 시행 전인 지난 3월까지 PF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활성화 방안을 시행한 후 대출 원금보다 낮은 가격에도 경공매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매물이 유찰될 경우 다음 경공매에서 최종 유찰가를 첫 입찰가로 제시해야 한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할인된 가격에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낙찰된 3곳 중 HB저축은행의 단독 PF 사업장은 대출 원금보다 10% 낮은 가격에 매각됐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자체적인 2차 펀드도 추진한다. 2차 펀드는 지주계열 저축은행을 포함한 27개사가 3500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앞서 추진된 1차 펀드는 330억원 규모로 진행됐으며 지난 3월 투자가 완료됐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저축은행 업계는 부실 PF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해왔지만 시장의 수요와 가격 차이 등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이번 펀드가 보완 기능을 해서 저축은행의 부실자산 정리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공매 활성화와 추가 펀드 조성으로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정리는 급물살을 탔지만 업계 자체를 둘러싼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다음 달부터 PF 사업장의 평가기준을 강화하고 등급도 네 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한다고 밝혔다.
새 기준 적용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확인한 결과 부실우려 등급에 해당하는 사업장은 최대 7조원 규모로 평가대상의 5~10%다. 이 중 대부분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브릿지론 사업장이다.
결국 저축은행은 사업장을 헐값에 공매하거나 추가적인 충당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다음 달 새 평가기준 적용 시 대손비용 상승에 따른 저축은행의 건전성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발생한 부실채권과 적자 문제도 심각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분기 저축은행은 총 순손실 규모는 1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배 급증했다.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은 10조4500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10.32%에 달했다. 연체율도 10년 만에 8.8%까지 치솟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높았던 2015년(9.5%)에 근접했다.
이에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이 큰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강등도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지난 27일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 2위인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했다.
윤희경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재무건전성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했고 순이자마진 하락과 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이 크게 저하돼 등급을 강등했다”고 밝혔다.
한기평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3월 말 기준 부동산 PF 관련 대출은 2조353억원이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은 1조855억원에 달했다. 부동산PF 관련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도 각각 20.2%, 18%로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윤 연구원은 “부동산 PF 사업성 저하를 감안할 때 관련 리스크는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며 “부동산 PF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와 대손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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