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정을 위한 숏리스트를 확정하고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내부에서는 양종희·이동철·허인 부회장 3인과 박정림 총괄부문장이 선정됐고 외부 후보 2인이 비공개로 명단에 올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3번의 임기 동안 3인의 부회장 중심의 후계구도를 다졌다. 여기에 총괄부문장이라는 변수도 가미했다. 이들 4인 모두가 숏리스트 명단에 오르면서 ‘포스트 윤종규’를 향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아직 베일에 쌓인 외부 후보 2인을 제외한 내부 후보자 4인의 경력과 핵심 역량, 경영성과 등을 비교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을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는 허인 부회장과 양종희 부회장이 꼽힌다. 허 부회장은 후보군 중 유일하게 KB국민은행장을 지낸 경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양 부회장은 그룹 내 부회장직을 가장 오래 맡으며 윤종규 회장을 대신해 인사·브랜드를 관할하는 등 2인자로서 입지가 탄탄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22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달 29일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를 진행한 후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한다.
현재 회추위는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자료를 통해 후보자의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후보군 중 유일하게 은행장 경력을 보유한 허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에서 선두에 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설립 이래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하며 은행장으로서 역량과 리더십을 입증한 데다가 부회장을 거치며 그룹 내 입지도 탄탄히 다졌다.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인 허 부회장은 1999년 합병 이후 국민은행에서 대기업팀 팀장,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신림남부지점장,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 수석지점장 등으로 일했으며 2013년 이후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최고재무책임자(CFO),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KB금융 회장과 은행장 직이 분리된 직후인 2017년 11월 한국장기신용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국민은행장으로서 허 부회장의 최대 성과로는 ‘리딩뱅크’ 탈환이 꼽힌다. 국민은행은 허 부회장 임기 첫 해인 2018년을 제외하고 2019년부터 3년 연속 신한은행을 따돌리고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당시 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허 부회장의 영업력 강화 전략을 든다. 오랜 지점장 경력으로 그룹 내 ‘영업통’으로 통하는 허 행장은 유연근무제·디지털 창구 등 고객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쳤고 그 유산은 ‘KB 9 To 6 뱅크’ 등으로 현재도 남아 있다.
또 기업금융 전문가로서 기관영업의 기반을 다지며 국민은행이 소매금융 뿐만 아니라 기업금융에서도 강자로 거듭나게 했다. 허 부회장 임기 중인 2018년 기업여신 규모에서 시중은행 중 1위에 오른 국민은행은 올해 2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이 167조3000억원을 돌파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허 부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영업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강화에 힘쓴 것도 국민은행이 2019년 이후 은행권을 휩쓴 사모펀드 사태를 비켜갈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차기 회장 유력 후보인 허 부회장의 최대 맞상대로는 양종희 부회장이 떠오르고 있다.
양 부회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냈다. 취임 후 윤 회장의 신임을 얻으며 KB금융 계열사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3연임에 성공한 장수 CEO이기도 하다.
1989년 입행한 양 부회장은 2008년 서울 서초역지점장을 거쳐 그해 지주 이사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주의 경영관리부장과 전략기획를 맡았고 2014년 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를 거쳐 이듬해 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한 양 부회장은 2016년 KB손보 대표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양 부회장은 ‘가치경영’을 중심 매출전략으로 내세우면서 내실을 높이는 데 힘썼다. 이는 KB손보가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을 딛고 올해 상반기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순익을 달성하는 계기가 됐다.
양 부회장이 1961년생 동갑내기 3인의 부회장 중 가장 먼저 그룹 2인자인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는 점도 비교 우위 요소로 꼽힌다.
2020년 윤종규 회장은 10년 만에 지주 부회장직을 부활시키고 양 부회장을 처음으로 앉혔다. 양 부회장의 KB손보 대표 4연임이 유력시되던 상황이었다.
현재는 KB금융이 3인 부회장과 1인 총괄부문장이 개인고객·디지털·글로벌·자본시장 등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하도록 했지만 부회장직제 초기는 달랐다.
양 부회장은 승진 이후 KB손보 대표 시절 겸직했던 보험부문장과 해외 사업 진출을 이끄는 글로벌 부문장 뿐만 아니라 업무 분장을 통해 윤 회장이 하던 인사총괄(CHO), 홍보·브랜드총괄(CPRO)을 관할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이 승진하며 3인 부회장 중심의 차기 회장 후계구도를 형성하기 이전까지 양 부회장이 명실상부 그룹 내 ‘2인자’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양 부회장은 오랜 기간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춰 오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은행장 경력은 없지만 은행에서 전략·재무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고 비은행 계열사의 대표직도 수행한 만큼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를 수 인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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