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회장 ‘자격 요건’ 손본 KB금융..경력·능력 없는 인사 NO

경영승계 절차 앞서 회장 자격 요건·세부 준칙 의결
5개 항목 25개 세부 기준..후보자군 평가·검증 활용
독립성·투명성·공정 확보 목적
주총서 ‘낙하산 방지’ 정관 변경 시도..낙하산 인사 거부감↑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7.24 11:34 | 최종 수정 2023.07.24 13:2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인선에 돌입하면서 경영승계 절차 관련 ‘회장 자격 요건’과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손봤다. 과거 KB금융의 지배구조를 흔들었던 ‘낙하산 인사’를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그룹 여의도 신사옥 전경 (자료=KB금융그룹)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20일 차기 회장 자격 요건과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결의했다.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후보자군 평가 및 선정 방법, 일정 등 세부 사항을 손본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선정 절차의 합리적인 운영과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해다”며 “이를 통해 승계 절차를 정교하게 개선하고 공정성을 더욱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회장 자격 요건으로 경영승계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 자격 요건을 구체화해 총 5개 항목에 25개 세부 기준으로 구성했다. 5개 항목은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을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에 노력 등이다.

기존의 경영승계규정에서는 회장 후보자군의 최소 자격 요건으로 금융사 CEO에 준하는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등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지만 말그대로 최소 자격 요건일 뿐 세부 평가 기준은 없었다. 이번에 총 5개 항목에 25개 세부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후보자군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검증이 가능하게 됐다.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 수립은 ▲충분한 검증 기간 확보 ▲평가 방식 개선 ▲내·외부 후보간 공정한 기회 제공 등에 초점을 맞췄다.

경영승계 절차 개시 시점은 2020년 대비 약 3주를 앞당겼고 1차 후보군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의 기간도 19일에서 한 달로 늘렸다. 2차 후보군 대상 인터뷰도 1회에서 2회로 늘려 후보자들을 충분히 검증·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외부 후보에게는 내부 후보 대비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제공하고 세부적인 평가기준과 KB금융의 내부자료를 별도로 제공하기로 했다. 향후 내·외부 후보간 발생할 수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경호 KB금융 회추위원장은 “회추위는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 회추위의 이번 회장 요건과 경영승계 절차의 세부 준칙 수립으로 금융사 경력이 없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를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회추위는 이번에 회장 자격 요건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을 이끌어갈 회장의 자질과 역량 등에 대해 주주, 직원 등의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청취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낙하산 인사로 인한 내분 사태 등을 겪은 내부 임직원들이 외부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후보군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회장) 선임규정에 낙하산 인사 방지 조항을 신설하는 정관 일부개정안을 제안한 바 있다. 정관 제40조 대표이사 등의 선임 항목에 ‘최근 5년 이내에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정당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인 자는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문구를 추가하자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됐지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KB금융 구성원들의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마다 입장이 다 달라서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면서도 “내부 직원들은 아무래도 내부 후보자를 더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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