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오프라인 유통 1위인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쿠팡의 추월을 막지 못했다. 쿠팡은 분기 최대 실적을 돌파한 반면 이마트는 본업뿐 아니라 주요 자회사의 손실도 커져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도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2711억원과 영업손실 5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지만, 적자는 400억원 이상 키웠다.
이마트 별도기준 영업손실은 258억원으로, 이마트 사업 중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할인점 사업부만 499억원 영업손실이 났다. 주요 자회사 중에서는 작년 대비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와 신세계 프라퍼티가 영업이익이 100억원 이상 빠지면서 부진했다. 신세계 건설은 영업손실 309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대규모 리뉴얼 투자와 지난해 9월 가양점, 올해 4월 성수점 영업종료 및 전기료 상승 등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시장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SCK컴퍼니의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및 신세계 건설의 원가 상승으로 인한 매출 이익률 하락이 영업손실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후퇴했다. 롯데쇼핑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6222억원, 영업이익은 51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2%, 30.8% 감소했다. 사업별로 보면 e커머스(롯데온)과 슈퍼, 하이마트 사업부 등이 수익성을 올렸지만, 백화점과 홈쇼핑, 컬쳐웍스(롯데시네마)가 부진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과 컬처웍스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포함한 물가 상승에 따라 판관비가 증가하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마트와 슈퍼의 통합 소싱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e커머스는 버티컬 서비스의 안정화, 하이마트는 지속적인 수익성 향상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유통 양대산맥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부진한 가운데 쿠팡은 올해 2분기 연속 이마트를 앞지르고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거뒀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쿠팡은 작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7조67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940억원으로 전분기(1362억원)와 비교해 42%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로켓배송뿐 아니라 패션·뷰티, 3P(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등 사업이 성장하며 쿠팡 제품을 한번 이상 산 활성 고객은 1971만명에 달했다.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유통업계 전반이 소비 둔화를 겪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업태별 매출 구성비에서 온라인은 전년 대비 0.8% 커진 49.8%로, 오프라인(50.2%)과의 격차를 매년 줄이고 있다. 향후 온라인 유통 매출이 오프라인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계 중 대형마트는 매출 규모가 백화점(17.6%)·편의점(16.6%)에 밀려나 13.3%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근거리·소규모 소비가 증가하면서 몸집을 불린 편의점과 달리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등 규제 속에서 조금씩 퇴보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 빅3 ‘이마롯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마트·롯데마트는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 투자를 이어간다. 상품 경쟁력·체험형 콘텐츠 등 고객 유인요소를 강화해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모객효과를 노리고, 온라인의 경우 특화 경쟁력을 키운다.
이마트는 ‘미래형 이마트’로의 전환을 위해 혁신 점포 리뉴얼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더 타운몰 등으로 전환한 8개 점포의 경우 재개장 후 매출이 약 10%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킨텍스 점을 포함해 고객 체험형 공간을 키우는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이다. 트레이더스는 극가성비 상품을 지속 발굴하고, SSG닷컴은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패션·명품·뷰티는 상품 신뢰도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리튜얼 효과 등 핵심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한 매출 성장 전환과 지속적인 효율화 작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며 “실제 하반기 첫 달인 7월뿐만 아니라 8월 영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인천점·수원점 등 수도권 주요 백화점 점포 리뉴얼이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마트·슈퍼 사업부문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소싱조직 통합을 단행해 매출 원가 개선 등을 통해 손익 개선을 이뤄가고 있다. 롯데온은 뷰티·명품·패션 등 버티컬 서비스가 안정화한 이후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고물가 추세 심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영향이 반영됐으나, 마트, 슈퍼 등 사업부의 개선 노력으로 수익성 개선 추이는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지난 7월말 베트남에 프리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국내 사업에서 지속적인 내실 다지기를 통한 실적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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