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만 문제가 아니네..5대 은행 금융사고 8건 중 6건은 ‘금융질서 문란행위’
올해 1분기 은행권 금융사고 8건 중 6건 횡령 외 금융사고
피해액 큰 횡령 뿐 아니라 금융사고 다반사..수법도 다양
피해액 적어 공시 의무도 비껴가..“내부통제 총체적 부실”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8.14 11:34 | 최종 수정 2023.08.14 15:0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수백억원대 횡령 사고 뿐만 아니라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당이득 취득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8건 중 6건이 실명제위반 등 ‘금융질서 문란행위’인 것으로 나타나 은행원들의 위법행위가 날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 8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횡령은 2건, 실명제위반 1건, 금품수수 1건, 사적금전대차 1건, 기타 2건이었다.
은행권은 2014년부터 매분기 경영공시에 금융사고 발생현황을 함께 공시 중이다. 특히 금융사고 유형별 발생현황에서는 횡령·배임 등 금전사고와 금품수수·실명제위반 등 금융질서 문란행위를 구분해 공시하고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에서 올해 1분기 횡령 1건, 실명제위반 1건이, 신한은행에서는 사금융알선 1건, 기타 1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하나은행은 횡령 1건, 금품수수 1건, 사적금전대차 1건이 있었고 농협은행에서는 세부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 1건의 금융사고 발생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최근 1년간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금융사고는 총 47건 발생했다. 이중 횡령은 13건에 불과해 사기·금품수수·실명제위반 등 금융사고가 더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사고 공시 확대 이전 은행권의 금융사고 대부분이 횡령이었던 것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실제로 2012년 은행권 금융사고는 총 59건이었고 이중 횡령·유용이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외 사고 유형은 12건에 불과했다.
공시 확대 이후 은행권에 내부감사협의제도가 도입되는 등 내부통제가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는 줄었지만 일부 영업점에서는 직원들의 위법행위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금융사고 유형도 더욱 다양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여·수신 등 핵심 업무가 아닌 증권 등 부수업무에서 발생한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증권대행업무 부서 소속 직원 상당수가 고객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2021년부터 올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증권 업무를 대행하며 알게 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을 주식 매수에 이용했다. 정보 공개 전 본인 및 가족 명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사뒀다가 공시 뒤 주가가 오르면 팔았다. 또 다른 부서의 동료나 지인 등에게도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통상 비공개정보를 활용한 부당이득 취득은 증권사에서 주로 발생한 사고 유형으로 은행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은행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여·수신 업무에서 뿐만 아니라 증권업 대행 등 부수업무로까지 직원들의 일탈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시중은행 전환이 논의되고 있는 대구은행에서는 직원들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000여개를 임의로 개설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러한 금융사고의 경우는 금전 피해 규모가 10억원 미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사고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중은행들은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에 대해서만 홈페이지에 상세 내용을 공시할 의무가 있다.
올해 1분기 발생한 금융사고 8건 중 구체적인 사고 내용과 피해액, 사고 경위가 공시된 것은 0건이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고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횡령에 비해 사고금액이 크지 않다고 해도 내부통제 부실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