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사내이사 공백 길어지나..“조병규 행장 이사 선임 미확정”

이원덕 전 행장 사임 후 비상임이사 공석
타 금융지주, 비상임이사에 행장 선임이 관례
우리금융, 사내이사직 수석부사장→은행장 변화
‘원맨’ 임종룡 회장, 이사회도 지주에 일원화?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8.03 11:30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의 사임으로 우리금융지주의 2인자격인 비상임이사 자리가 공석이 됐다. 원래라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선임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대대적인 조직 및 지배구조 개편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조병규 우리은행장 (자료=우리금융그룹)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이원덕 전 행장이 행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우리금융의 비상임이사에서도 사임됐다. 현재 우리금융의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과 정찬형·윤인섭·윤수영·신요환·지성배·송수영 등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격인 비상임이사 한 자리가 비게된 셈이다.

비상임이사는 정기적으로 출근하지 않는 등기임원으로 사실상 사내이사 역할을 맡는다. 통상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장이 지주의 비상임이사로 등재됐다. 그룹의 핵심계열사 수장인 은행장이 지주의 이사회 멤버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비상임이사는 회장의 유고시 직무대행을 맡는 등 사실상 그룹의 2인자에 해당한다. 통상 금융지주사들이 회장 이외에 사내이사를 두지 않고 은행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은행장에 회장의 직무 대행 역할을 부여해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자연스러운 후계 구도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로 지주 출범 5년차를 맞은 우리금융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2019년 과점주주 체제로 출범 당시 우리금융에 사내이사가 1자리 뿐이었지만 1년 뒤 1명을 추가 선임했다. 하지만 은행장 대신 지주의 수석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앉혔다. 회장-행장 겸직에서 이원화 체제로 이제 막 전환된 특수성을 감안해서다.

그렇게 해서 전면에 등판한 것이 이원덕 전 행장(당시 수석부사장)이었다.

그룹 2인자로 올라선 이 전 행장이 일년 뒤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는 사내이사에서 비상임이사로 타이틀을 바꿔 지주 이사회 자리도 지켰다. 당시 지주에 신설된 총괄사장직으로 승진한 박화재 사업지원총괄사장이 사내이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 전 행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그룹 2인자 입지를 굳혔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회장 이외 사내이사 자리를 수석부사장에서 행장으로 상황에 따라 달리 임명한 만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비상임이사 선임도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 비상임이사를 꼭 행장이 해야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조병규 신임 행장의 비상임이사 선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초 취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진행 중인 임종룡 회장의 의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내정자 시절 지주의 총괄사장과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혁신TF’를 신설하는 등 회장 1인 중심으로 조직을 축소했다. 올해 초 우리은행이 전략 담당 부서를 축소하고 영업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도 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지주는 전략 중심 자회사는 영업 중심’이라는 경영철학을 지닌 임 회장이 이사회 구성에서도 지주 중심으로 일원화할 경우 우리은행장 대신 지주 임원을 사내이사로 임명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경우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이나 외부 출신인 장광익 브랜드부문 부사장이 물망에 오르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임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의결로 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단일 안건으로 임시주총을 개최하기는 아마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기다려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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