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3번의 임기동안 3인 부회장 중심의 탄탄한 후계구도를 완성했지만 직접적으로 공정성을 언급하고 나선 금융당국의 입김이 변수가 될 수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KB금융의 회장 경영 승계 프로세스는 회추위에서 매반기 상시 관리하는 회장 1차 후보군에서 3~4인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한 뒤 후보자의 역량, 자질 등에 대한 논의 절차를 거쳐 최종 1인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추위는 선임 절차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1차 후보군 명단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회장 선출이 있었던 2020년 사례에 비춰 10명 내외의 내·외부 후보군을 선정한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후보자군은 지주사 및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된다. 윤종규 회장을 비롯해 허인, 이동철, 양종희 부회장 3인과 박정림 총괄부문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등이 해당된다.
외부 후보자군은 회추위가 정한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추천을 받는다. 2020년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최종 후보군에 오른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후계구도가 비교적 명확하게 구축된 것으로 평가한다. 3번의 임기 동안 KB금융을 이끌어 온 윤 회장이 그간 후계구도 확립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윤 회장은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양종희 KB손해보험 전 사장을 앉혔다. 1년 뒤에는 허인 전 국민은행장과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윤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초 조직개편 때마다 3인 부회장의 담당 업무를 맞바꿨다. 각자 전문영역이 아닌 ▲디지털·정보기술(IT) ▲보험·글로벌 ▲개인·자산관리(WM)·중소소상공인(SME) 부문장을 순환하며 맡게 한 것이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사실상 후계자 양성을 위한 경쟁 구도를 구축한 것으로 봤다. 3인 부회장이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으면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자연스레 형성됐기 때문이다. 1961년생으로 동갑인 3명의 부회장 모두 인사시즌이 때마다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던 인물들이다.
이처럼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계구도가 공고한 상태이지만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의 입김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잘 마련됐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최근 점검 결과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어 개선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금융감은 올해 4월 KB금융 이사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당부한 바 있다.
금감원에서 지적한 개선 의견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원장이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놓고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KB금융도 금융당국의 개선 의견에 따라 이번 경영 승계 프로세스를 개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 회추위는 2020년 회장 선임 때도 후보자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후보자들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회장 후보 추천 일정을 2주간 더 늘렸다.
회추위는 한 달 간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세부 준칙을 마련하고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는 윤 회장 후임 인선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계속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 왔다”며 “KB금융의 경영 승계 절차에 대해서도 개선 사항을 지적한 것으로 봐서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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