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 ‘낙하산 방지’ 정관 개정건 주총 올려..'관치금융' 뿔난 주주들 동참할까

내달 24일 정기주총 안건 공개
노조 제안 정관 개정 안건 등 포함
관·모피아 등 회장 선임 원천 차단
주가하락 뿔난 주주들 찬성표 던질까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2.24 10:54 | 최종 수정 2023.02.24 11:19 의견 0
KB금융지주 여의도 신관 [자료=KB금융지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내달 2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노조에서 제안한 낙하산 방지 조항 신설 등 안건을 상정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올해 임기만료를 앞두고 주주들의 낙하산 인사 거부 움직임이 나타날지 이목이 쏠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주주총회소집 결의를 공시하고 내달 24일 열리는 주총 안건을 공개했다. 2022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 9건의 의안이 상정됐다.

특히 지난 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에서 소수주주권 행사로 제안한 정관 일부 개정의 건과 사외이사 선임의 건도 포함됐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이른바 ‘낙하산 방지’ 정관 개정이다.

앞서 노조는 상법 제363조의2,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3조 1항, 정관 제36조,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규정 제7조 8항 등에 근거해 정관 일부 개정을 건의했다.

정관 제40조 대표이사 등의 선임 항목에 공직자 윤리법을 준용한 ‘최근 5년 이내에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정당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인 자는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문구를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노조는 이번 주주제안을 위해 임직원 및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접수 받아 법적 요건을 상회하는 KB금융 주식 총수 3억8963만4355주 가운데 0.25%인 96만804주를 확보했다.

류제강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2만여 임직원 대표로서 KB금융 해외사업 부문 취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주와 금융소비자를 위해 복무하는 올바른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수장에 오르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되는 등 금융지주 회장직에 정권과 연결고리가 있는 인사들이 속속 임명되자 노조가 일찍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회장은 올 11월 세 번째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로 9년째 KB금융을 이끌며 리딩금융그룹으로 부상시켰지만 4연임 도전이 쉽지 않아 신임 회장 선임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노조는 2018년에도 퇴직공직자를 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정관 신설을 제안했다가 부결된 바 있다. 당시 KB금융 측에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면서 노조의 안건에 대해 “낙하산 인사의 불공정한 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에서 우려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 컸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회사와 주주 이익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안건에 찬성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과도한 관치금융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노조의 제안이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환영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KB금융 주가가 급락하며 시총은 2조원 가까이 빠졌다. 이날 10시 기준 KB금융의 주가는 5만800원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난달 31일 5만5900원보다 9.1% 내렸다.

KB금융 주주들은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 및 종목토론실 등에서 “관치가 판친다”, “정부가 금융시장 개입하면 외국인들이 잘도 매수하겠다”, “이번 주주총회에 꼭 참석하자”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KB금융은 노조가 제안한 안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KB금융 관계자는 “노조에서 위임을 받아 계속 비슷한 안건이 올라왔던 상황”이라며 “주주들이 판단해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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