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주택 수요 부진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건설사들은 변화가 심한 주택경기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설 이외의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있다. 환경, 모빌리티, 플랜트 등 그동안 건설과 연관이 적은 사업도 적극 발굴중이다. 새로운 건축기술과 이를 활용한 틈새 시장도 먹거리 영역내로 들어왔다. 국내 건설사들이 모색중인 신사업의 내용과 전망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건설사들이 공장에서 조립한 자재로 현장 설치를 완료하는 건축 방식인 모듈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프리패브 방식으로 만든 모듈러 목조 단독주택의 전경 [사진=GS건설]
[한국정경신문=하재인 기자] 건설사들이 공장에서 조립해 현장에 설치하는 건설 방식인 모듈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모듈러는 작업 효율화에 더해 친환경 요소가 있다고 평가받는 신사업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모듈러주택은 기존 건설방식 대비 평균 30% 이상의 공사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재활용 가능한 철골 구조를 90% 이상 활용하기에 탄소배출량도 기존 방식 대비 44% 감소시킬 수 있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한 박스 형태 모듈을 현장에 운반 후 조립·설치하는 방식으로 건설된 공업화주택을 뜻한다. 공장을 중심으로 작업이 이뤄지기에 제조업 수준으로 건설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모듈러주택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국토교통부와 관련 민간단체로 구성된 ‘모듈러주택 정책협의체’가 출범했다. 협의체는 모듈러주택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목적이다. 국내 건설사들도 정부의 모듈러 친화 정책과 함께 관련 사업을 활성화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를 준공하면서 모듈러 건설시장에 진입했다.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는 69개의 3D 박스형 모듈로 구성됐고 완공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다. 공사 과정에서 완성된 모듈을 현장으로 운반하고 설치하는 데에는 8일이 걸렸다.
▲모듈러 유닛간 수직접합구조 ▲강봉을 활용한 모듈러 접합시스템 ▲블록 모듈러 건축물의 시공방법 ▲철골보와 경량 콘크리트 패널이 합성된 모듈러 바닥구조와 같은 특허도 출원했다. 국내외 전문가를 통한 관련 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 PIF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모듈러 공법 활용 현지 사업 참여가 목적이었다. 지난 1월에는 협력사항 구체화 후 후속 협약을 맺었다. 라트비아 모듈러 전문회사 포르타 프로와도 업무협력을 통한 장기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단우드(Danwood S.A.)’와 ‘엘리먼츠(Elements Europe Ltd.)’를 인수했다. 단우드는 폴란드의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다. 엘리먼츠는 영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모듈러 업체를 인수한 것은 GS건설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모듈러 사업의 수익을 내고 있다. 자이가이스트는 GS건설이 설립한 자회사다.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통한 모듈러 단독주택을 전문으로 한다. 프리패브는 주요 구조물을 사전에 제작한 뒤 공사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의미한다. GS건설 ‘Prefab사업그룹’은 지난해 약 6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건설업계는 탈 현장 건설의 특징을 가지는 모듈러 사업이 앞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정 공장에서 규격화된 제품으로 주택을 건조하는 방식이 기존의 현장 중심 건축보다 여러 장점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균등한 품질로 건축이 가능하기에 향후 플랜트를 포함한 건축물의 시공에도 모듈러 사업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단독으로는 수익성이 나오지 않더라도 관련 분야와의 연계로 시공 효율화와 같은 장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환경문제, 품질관리, 시공 기술 개선과 같은 여러 이유가 있어 모듈러는 계속 추진해야 하는 방향으로 여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건 아니지만 꾸준히 수익이 나고 있다”며 “모듈러 사업은 신사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