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내부통제 부실 ‘뭇매’ 맞은 은행장들..조직문화 쇄신 의지 표명

5년만에 국감장 출석한 5대 시중은행장
횡령 사고 등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도마
FDS 수십억원 들이고도 이상 거래 탐지 실패
“제도 개선보다 조직 문화 개선이 더 중요”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0.12 10:34 의견 0
지난 11일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자료=JTBC 방송화면 캡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들 행장은 내부통제 강화 대책으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직원 윤리 의식 등 조직 문화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이재근 KB국민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임동순 수석부행장이 대신 출석했다. 주요 시중은행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은행권의 잇단 횡령 사고에 대한 정무위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은행장들을 향해 “서민은 쥐꼬리만 한 이자 받으려고 예·적금 들고 있는데 은행들은 사상 최대 예대마진을 올리면서 성과급 잔치를 하면서 그러고도 부족해서 횡령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 금융기관에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제출 받아서 분석을 해보니 사실상 이런 통제 시스템 가지고는 앞으로도 금융사고가 줄어들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나?”고 물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은행의 실적우선주의 문화 때문에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는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며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횡령 사고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앞으로 소비자의 이익,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고개 숙여 말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지난 5년 동안 15건의 횡령을 자체 적발했고 회수율이 61% 정도로 최대한 회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동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은 “횡령사고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서 현장점검을 2배로 늘렸고 지점의 위험도를 분류해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방안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한 사기 행위를 탐지 하기 위해 마련된 은행권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건의 경우 2018년 6월 횡령직원이 293억원을 타행 이체하는 것을 FDS가 탐지하지 못했다”며 “타행들도 FDS 예산을 수십억 투입하고도 이상 거래를 탐지하지 못 한다면 예산 낭비”라고 질타했다.

이에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이상 거래의 징후를 지금보다 더 확대하겠다”면서 “고객 관련, 자금 관련, 행태 관련 부분을 보다 폭넓게 넓혀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직원들의 직업 윤리 약화를 꼽았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금융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직업윤리인데 이 부분이 좀 약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횡령 직원들에게 일벌백계의 자세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좋다고 하더라도 직원 개인이 고의적으로 일탈하면 완벽하게 커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원들에게 대한 내부통제 교육이나 정신교육 연수 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는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조직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은행권 횡령 사고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사고 위험 직원의 채무·투자현황신고 의무화, 단계별 통제 강화, 영업점 샘플 점검확대, 순환 근무제·명령 휴가제 강화 등을 내부통제 개선 방안으로 내놓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횡령은 제도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직원들의 내부 구성원들의 의식의 문제”라며 “직원들의 윤리 의식을 고취시키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유효하게 발동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제도 개선보다도 조직의 문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직원들의 윤리 의식, 고발 의식, 또 일벌백계해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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