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5대 시중은행장이 모두 증언대에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장의 국감장 소환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인데 5대 시중은행장이 모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오는 6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11일 금융감독원, 20일 예금보험공사·산업은행·IBK기업은행·서민금융진흥원 등에 이어 24일에는 종합감사를 실시한다.
정무위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에서 일반 증인 39명과 참고인 5명 등 총 44명의 출석요구안을 의결했다. 이 중 금융권 관련 일반 증인은 15명이다.
특히 11일로 예정된 금감원 국감에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간 사모펀드 사태와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에서도 책임자급인 부행장 등이 소환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시중은행장이 직접 국감장에 서는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2017년 당시 국감에선 시중은행 2곳과 인터넷전문은행 2곳의 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산별교섭 사용자협의회 임의탈퇴 논란과 관련해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대출 미끼 보험 상품 꺾기판매와 관련해 이경섭 당시 농협은행장이 소환됐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심성훈 당시 케이뱅크 대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감장으로 소환됐다.
이후 은행권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을 비롯한 사모펀드 사태와 채용비리 사태가 대대적으로 불거지며 국감장에 은행장을 세워야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실제 증인 채택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정무위 여야 간사단에서 국감 증인으로 회사 최고책임자(CEO)보다는 실무자를 부른다는 원칙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2019년 정채봉 당시 우리은행 부행장과 2020년 박성호 당시 하나은행 부행장(현 하나은행장)이 각각 소환됐었고 채용비리 사태와 관련해서는 2020년 강성모 당시 우리은행 부행장이 소환된 사례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국감에서 5대 시중은행장이 줄줄이 증인에 채택된 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 때도 실무를 잘 아는 부행장급 임원이 출석했는데 직원의 횡령 사고로 은행장이 불려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며 불출석을 통보할 수 있다. 실제로 6일 금융위 국감에 소환된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은 신병상의 이유로 정무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장은 국감장 출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 등 은행권 공통 이슈로 5대 시중은행장이 모두 소환된 것인데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빠지기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은행권 공통 이슈인 만큼 개별 은행을 질타하기보다는 의견을 묻고 사후대책 보완을 당부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출석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횡령이나 외화 송금 시스템 등에 대한 현황 파악과 전반적인 의견을 묻고 사후적인 보안이나 대책을 당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겠냐”며 “또 최근 경기 침체적인 부분에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국회에서 참고차 은행장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감 출석과 관련해 딱히 특이사항은 없다”며 “다른 시중은행장도 모두 출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