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공시, ‘금리 경쟁 효과’ 증명했다..‘포용금융’ 위축 부작용 우려도

5대 시중은행 평균 가계예대금리차 1.37%P..지난해 연말 대비 ‘뚝’
기준금리 인상기 이례적 예대금리차 축소..선제적 금리 인하 영향
하반기 이자 경감 프로그램 지속..예대금리차 축소세 당분간 지속
전북은행·토스뱅크, 이자장사 눈총.."중·저신용자 포용금융 위축될라"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8.23 10:51 의견 0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18개 은행(KDB산업은행 제외)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1.99%포인트로 집계됐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 가계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가계대출금리 차이) 비교공시가 시작됐다. 기준금리 인상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축소가 확인되면서 공시제도의 도입 효과가 증명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성 여신상품의 비중이 높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향후 취약계층 대출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18개 은행(KDB산업은행 제외)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1.99%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 1.82%포인트 대비 0.1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통계 범위를 5대 주요은행으로 좁혀보면 7월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1.37%포인트로 뚝 떨어진다.

5대 은행 가계예대금리차 비교 [자료=연합뉴스]

신한은행이 1.62%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1.40%포인트, KB국민은행 1.38%포인트, 하나은행 1.04%포인트다. 전체 은행권 평균대비 0.35~0.95%포인트 낮다.

올해 상반기 5대 주요은행들이 과도한 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는 비판이 제기됐었지만 실제로는 전체 은행권 평균 대비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낮았다.

지난해 연말 은행별 가계예대금리차와 비교해봐도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지난해 말 신규 취급 대출 기준 예대금리차 자료를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1.83%포인트, 국민은행 1.80%포인트, 하나은행 1.72%포인트, 우리은행 1.63%포인트, 농협은행 1.54%포인트였다.

이를 시중은행별 7월 예대금리차와 비교해보면 적게는 0.14%포인트 많게는 0.68%포인트까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 예대금리차는 통상 확대되는 데 이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도입이 유력해지면서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예대마진 축소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다.

특히 지난 7월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전후해서 취약차주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지원프로그램이 영향이 컸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자 납부를 연체하지 않은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줄여주고 감면된 이자액만큼 대출을 자동 상환해주는 원금 감면 혜택도 적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경기침체의 국민경제 상황을 감안해 6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7월 예대금리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달부터 최근 금리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라며 “예대금리차 공시와는 무관하게 추진됐지만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8월 들어 취약 차주 프로그램의 후속 지원으로 주담대·전세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금리인하에도 나선 만큼 예대금리차 축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의 지나친 ‘이자 장사’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실제로 예대마진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의 결과 향후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성 여신상품 비중이 높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나면서 과도한 이자장사를 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7월 가계예대금리차 비교공시에서 전북은행은 6.33%포인트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도 5.6%포인트로 평균 1.99%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북은행은 서민금융진흥원 연계대출인 햇살론뱅크, 햇살론 유스 비중이 높아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도 중·저신용자 중심의 포용금융의 사업적 특성이 오히려 공시에 불리하게 작용된 경우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은 약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으며 6월말 공시 기준 타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높다”며 “신생 은행으로서 현재는 비교적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주로 구성된 여신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도 공시의 당행 평균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월별 예대금리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예대금리차를 단순 비교해 버리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취약층 대상 대출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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