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러시아 전쟁에 값 뛴 연어..노르웨이 산인데, 왜?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3.22 15:50 의견 0
연어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당분간 연어는 안돼요. 너무 비싸져서 못 들이고 있어요.”

지난 주 서울시 용산구 소재 한 횟집에서 연어가 포함된 메뉴를 주문하니 돌아온 답변이다. 근처 마포구에 위치한 한 초밥 전문점은 이달 7일부터 연어가 포함된 일부 메뉴 가격을 한시적으로 인상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연어 가격이 급등하자 연어를 원재료로 사용하던 자영업자들이 각자 사정에 맞춰 연어 메뉴에 대한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한 지 4주차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인 경제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밥상 물가도 위협 받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길이 막히자 각종 식품에 대한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민감하고 빠른 가격 변동을 보인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연어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연어는 95%가 노르웨이산 연어다. 러시아산 킹크랩·명태보다도 러시아와 무관해 보이지만 수입 경로에 비밀이 숨어있다. 노르웨이에서 오는 연어는 훈제나 냉동이 아닌 날 것의 ‘생연어’로 신선도가 중요하다. 빠른 운송을 위해 항공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연어 가격이 들썩이는 이유가 바로 운송 경로 때문이다.

노르웨이발 비행기는 대부분 러시아 공항을 경유해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자국 영공이 폐쇄했다. 러시아를 경유해 들어오던 항공편이 우회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항공 경로를 우회하는 과정에서 항공 운임 비용이 상승해 연어 수입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물량 역시 부족하다. 이달 초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아시아 비행기 편 전체가 취소된 후 환율 및 유가상승이 겹치면서 연어 수입 단가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국내 직항 노선은 평소보다 4배 이상 상승했다. 항공편도 부족해 보통 수입되던 물량의 30% 가량이 국내로 입고돼 납품에 어려움을 빚고 있다.

3월 2주차 연어 가격 변동 추이 [자료=노량진수산시장 주간수산물동향]

22일 노량진수산시장 주간수산물동향에 따르면 가장 최신 정보인 이달 2주차(3월 7일~3월 12일) 동안 연어 kg당 평균가격은 1주차 평균가인 1만3100원에서 64% 오른 2만1600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평균가격과 비교하면 약 90%가 인상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킹크랩 kg당 평균가격은 1주차 9만7400원에서 2주차 7만4200원으로 떨어져 전년 동기와 비슷한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연어 수요 대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연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국내 연어 양식을 모색하는 유통사도 등장했다. 신세계푸드는 GS건설과 함께 국내 친환경 연어 양식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푸드테크 산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GS건설 스마트 양식시설에서 양식한 친환경 연어를 식품제조·식자재 유통·외식·위탁급식 등과 접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당분간 연어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러시아산 킹크랩은 수출제한 품목에서 제외된 품목으로 최근 가격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연어는 항공 수입 경로가 정상화될 때까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연어를 수입하고 있는 한 수입업체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수입 항공편 재개에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정상 단가로 내려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 연어 단가는 수입물량마다 몇 천원 단위로 변경되며 유통이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대량판매가 어렵고 소량 보유한 유통분은 저렴하지 않은 단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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