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손석희 사건을 읽는 법

보수 주류언론의 자본에 눈도장 찍기가 손석희 사건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2.13 10:30 | 최종 수정 2019.02.13 15:10 의견 11

[한국정경신문 김재성 주필] 17일 JTBC 손석희 대표의 출두로 일단 경찰 손으로 넘어갈 손석희 ↔ 김웅 공방전의  쟁점은 대중의 관심사로 보면 셋, 법률적 다툼은 둘로 압축된다. 
관심사부터 추려보면 ▷손 대표가 김웅기자를 폭행했는가? ▷취업을 손 대표가 제안했는가? 김웅기자가 청탁했는가? ▷사건의 발단인 2017년 4월 16일 손 사장이 운전하는 차량의 접촉사고 당시 여성이 동승했는가? 이다.

법률적 다툼 중 취업관련은 수사 결과에 따라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이 고발한 손  대표의 배임 아니면 손 대표가 고발한 김 웅 기자의 협박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손 대표의 김 기자 폭행 여부다. 2 주간에 걸쳐 인터넷 검색단어 1위를 차지한 사건치고는 너무나 단순하다. 이를 손석희라는 인물의 지명도 효과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예사롭지 않은 저변이 감지된다.

손 대표는 경찰 출두를 앞두고 10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큰 싸움의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손 대표가 자신의 팬클럽 3만여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긴 싸움을 하려고 한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손 대표와 김 웅 기자 사이에 취업공방이 있자 곧바로 보수단체인 자유청년 연합이 손 대표를 배임죄로 고발했듯이 손 대표 싸움의 상대는 김 웅 기자 뿐 아니라 광범위한 배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손 대표는 적이 많다. JTBC와 함께 손 대표가 신뢰도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박근혜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최순실의 태블릿 PC 사건, 장자연리스트 등   수많은 성역 없는 진실보도 덕택이다. 따라서 그 진실이 불편한 세력이나 개인이 필연적으로 손 대표의 적이 되기 때문이다.  

약 2년 전, 2017년 4월 16일 저녁 과천의 모 교회 주차장에서 손 대표가 접촉사고를 내고 150만원 배상한 것으로 시작된 이 사건이 순식간에 전국적인 이슈로 번진 것은 이처럼 사방에 인화물질처럼 깔린 손석희 적대세력의 작용이 컸다고 봐야 한다. 

김 웅 기자는 접촉사고 뺑소니 취재로 손 대표에게 접근했으나 그것은 발어사일 뿐 여성 동승자설을 주 테마로 삼았다. 그 휘발성 때문에 사건이 전국화 되었고 인터넷 매체를 달군 것도 온갖 상상력과 억측이 가미된 가짜뉴스가 범람했다. 안나경 아나운서 동승 설은 그 중 가장 구미를 돋구는 설의 하나다.

그러나 동승자 유무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설사 묘령의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치자. 그 것은 손 대표의 사생활이다. 대중은 손 대표가 청교도적인 사람이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가 삼성이라는 특수조건에서 언론의 기본정신을 지키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바른 언론의 길을 걷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 대표가 동승자 여부에 대해 뭔가를 숨기려는 것 같은 수세적 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 그런 점에서 손 대표가 설사 김 웅 기자와 구면이라 하더라도 그를 술집에서 따로 만나는 등 초기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도 있다. 

손석희 사건을 신재민, 김태우, 손혜원 투기의혹 논란과 연장선상에서 보면 하나의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 즉 누군가 ‘여기에 마귀가 있다’라고 외치면 벌 떼처럼 달려들어 있는 것 없는 것 다 들춰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처음에 제기한 문제의 흑백이 가려지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터져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폭로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폭로 저널리즘의 속성으로만 볼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그 대상이 정부건 사람이건 다 자본과 불편한 관계있다는 것이다. 즉 자본과 불편한 대상이 도마에 오르면 언론들이 자본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경쟁적으로 돌을 던지는 현상인 것이다. 손석희 사건은 언론이 자본의 눈치를 보는 정도가 아니라 도구로 전락해버린 시대 풍경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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