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손혜원 죽이기, 잘못 짚었다.

'손혜원 파문, 현지여론 "투기 아니다"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1.24 22:17 의견 13

[한국정경신문 김재성 주필] 서울 서대문구 무악동 46번지 일대, 지금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길 건너 독립공원(구 서대문 형무소)과 함께 질곡의 근 현대사를 증언하는 옥바라지 골목이었다. 

1908년 의병 및 애국지사들을 수감하기 위해 경성감옥이 만들어진 후 수감자의 옥바라지를 위해 가족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골목, 일본 육군 중위(土田亮讓)를 명성황후 시해범(三浦梧樓)으로 오인, 맨 손으로 때려죽이고 수감된 아들에게 “나는 네가 경기감사가 된 것보다 더 대견하다”고 아들을 격려하던 김 구 선생의 모친 곽낙원 여사를 비롯해 일제 때는 애국지사, 광복 후에는 주로 민주화운동 관련 시국사범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하느라 임시 거처를 정해 살아 한숨과 통곡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이렇듯 나무 한 그루 돌뿌리 하나에도 증언이 담겼을 소중한 역사의 현장이 사라진 것은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이 이곳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데서 비롯된다. 뒤늦게 오세요 목사 등 뜻있는 청년들이 현장에서 천막생활을 하면서 끈질기게 싸웠으나 이미 사유재산이 된 뒤라 흔적하나 남기지 못했다. 

그동안 근대화 개발 열풍으로 우리는 소중한 유형문화재를 숱하게 훼손했다. 특히 토목으로 입신한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서울 전역에서 역사의 숨결이 밴 골목과 지명이 사라졌다.  일부러 역사를 지우려고야 했을까마는 개발이익에 혈안이 된 나머지 옥바라지 골목처럼 무지를 범했던 것이다. 

일제 때 지정된 우리나라 1번 국도는 서울 ↔ 목포 간 도로다. 이는 목포가 호남평야의 쌀을 실어 나르는 일제의 수탈통로 관문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호남선 종착역인 수탈의 상징도시 목포는 광복 이후에는 버려진 도시였다. 덕택에 일제 수탈의 상징인 동양척식회사 건물, 일본 사찰양식으로 지은 동본원사 등 유형문화재가 고스란히 보존돼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철거위기가 있었지만 시민들이 나서서 원형보전을 지킨 것이다. 그 바람에 상권이 신시가지로 옮겨가고 구도심인 이곳은 한 집 건너 빈 가게가 나올 정도로 공동화 되었다.  

이 황량한 시가지를 2년 여 전부터 손혜원 의원(64)이 뛰어들었다. 우연히 이 골목들을 돌아본 그는 ‘동네 전체가 문화재다. 옛 정취를 간직한 골목을 원형대로 살려 도시를 재생하자’며 주민과 지인들을 부추겨 같이 집을 사고 다녔다. 자신이 갖고 있는 나전칠기 전시장을 옮겨와 이곳에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도 발표했다. 

목포시민 특히 구도심 주민들은 손 의원을 반겼다. 어디나 그렇듯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오래 전부터 바닷가 구도심 이 인근에 고층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제2 해운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업자를 중심으로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파문의 발단도 실은 그들이 일으킨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시각이다. 

이 무렵 2016년 국토부와 문화재청이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근대 역사문화의 거리를 복원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그 바람에 손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신재민 김태우를 의인 만들기에 열중이던 보수 언론이 타깃을 바꾼 것이다. 

‘건물 22채 매입!’ 손 의원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고 가는 키워드다. 그런데 달동네인 이곳은 한 필지가 30㎡(10평)짜리도 많아 손 의원과 재단이 매입한 22필지 연면적은 990㎡로 집 22채라는 어감과는 한참 멀다. 

사건은 이미 검찰에 제소가 됐으므로 진위는 검찰에서 밝혀지겠지만 현지 시민들은 ‘투기는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그 이유는 첫째 투기꾼은 대리인을 시켜 몰래 매입하지 손 의원처럼 드러내놓고 하지 않는다. 둘째 손 의원이 매입한 곳은 문화재와 가까워 투기꾼들이 기피하는 지역이다. 셋째 손 의원이 필요로 하는 부지는 1150~1600㎡이어서 오히려 더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동기가 순수하다고 해서 과정의 불법, 편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검찰이 가려내야 할 부분이지만 국토부와 문화재청이 계획하고 있는 전체 40만 3900여㎡의 0.24%인 990㎡를 지칭해 ‘손혜원 타운’ ‘손혜원 랜드’로 명명하면서 초토화 작업에 나섰던 보수 언론의 손혜원 죽이기는 뭔가 잘못 짚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