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의 돌직구] 알리 대응에 “언발 오줌”..면세한도 축소 카드 만지작

C커머스 공습 대응 면세한도 축소 거론
대중 규제 미봉책 불과..실효성·근본적 대책 마련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3.29 08:00 | 최종 수정 2024.03.29 08:09 의견 0
산업국 최정화 기자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정부가 거대 자본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 직구 업체(C커머스)들로부터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해외직구 면세한도 축소 등 거론되는 대책들이 정작 소비자들을 염두한 정책이 맞는지, 대중국 규제에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C커머스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지형도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커머스앱 이용자 수 순위는 1위가 쿠팡(3010만명), 2위 알리(818만명), 3위 11번가(736만명), 4위 테무(581만명), 5위 G마켓(553만명) 순이다.

아직은 쿠팡이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지만 알리 이용자 수가 1년새 2배 이상 늘어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테무도 G마켓을 제치면서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단독으로 알리 배송을 맡고 있는 CJ대한통운의 1분기 알리 물량을 1400만박스로 추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50만박스)에 비해 4배 늘어난 수치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 시장이 C커머스에 잠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6일 이커머스 시장 실태조사 전담팀을 꾸리고 다음달 22일까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실태 조사에 나선다. 공정위는 지난 13일에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외 온라인플랫폼 소비자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외 플랫폼도 차별없이 국내법을 적용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현행법상 조사 및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국내 업체는 KC인증(전기용품안전인증)이 필수지만 알리나 테무 등은 의무 면제다.

대안으로 해외직구 면세한도(150달러)를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해외 직구는 연간 한도 제한은 없고 1회 구입 면세한도만 규정하고 있다. 즉 같은 날, 같은 사이트에서 1회당 150달러까지 무관세로 구매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는 다음달 열리는 국무조정실장 주재 해외직구 종합대책 TF(알리TF) 회의에 참석해 해외직구 면세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면세한도를 낮춰 해외직구 구매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이 과연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

또 단순히 면세한도를 낮춘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방법을 찾지 못할 리 없다. 정부 제재에도 분명 우회로를 통해 직구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알리나 테무 등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C커머스를 외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고물가 시대 아닌가. 적어도 소비자의 쇼핑 자유를 통제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위기에 빠진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면세한도를 낮추는 식의 얄팍한 미봉책보단 좀 더 고심한 흔적이 담긴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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