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라면·우유 이어 외식 물가도 ‘도마 위’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9.01 08:02 의견 0
김제영 생활경제부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정부의 품목을 ‘콕’ 집은 물가 안정 정책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라면·우유에 이어 이번엔 외식 물가다.

정부는 다음 주 외식업계와의 물가 안정 간담회를 앞두고 있다. 간담회의 주요 내용은 자세히 전해진 바가 없다. 예측컨대 가격 인하 혹은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 위한 취지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추석 명절을 앞둔 만큼 당분간 정부는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가 물가 안정에 나선 결과, 라면·빵·과자 값은 떨어지고 우윳값은 아직 인상 폭이 결정되기 전부터 마트에서 흰 우유 1L를 3000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식품업계는 가격 인하 혹은 인상 최소화 요청에 앓는 소리를 냈지만, 결국 이행했다.

과연 정부의 압박에 외식 물가도 안정될 수 있을까. 코로나 이후 외식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외식 물가는 전월 대비 기준 2020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올랐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7.6%까지 오른 뒤 7월 5.9%로 둔화했지만, 물가 부담은 매달 커진 셈이다.

정부와 만나는 외식업체는 주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커피·치킨·버거·김밥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가 꼽혔다. 만약 외식 값이 내려가거나 한동안 동결된다면, 이를 체감할 만한 소비자는 더욱 많아질 걸로 보인다. 라면·우유 등은 본래부터 안 사먹었더라도 외출 시 끼니를 때우거나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 이 같은 외식 품목이니 말이다.

외식업계는 간담회를 앞두고 난감한 기색이다. 우선 구조적인 한계가 문제로 꼽힌다. 제조업체와 달리 외식업체는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가맹점을 두는 경우가 다수다. 외식 메뉴의 가격은 본사가 책정하지만, 가맹점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특히 가맹점 측에서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청하는 경우 이를 모른 채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외식업체는 식품 원재료 등을 협력업체에서 납품받아 가맹점에 공급하는 일종의 중개인 역할로, 원료 수급 등 과정에서 원가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가맹점의 경우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에 더해 배달을 위한 플랫폼 중개수수료와 배달비와 같은 매장 및 사업 운영비용을 메뉴 값에 녹여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팍팍하다.

그러나 무작정 가격을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체재가 많을수록 가격 경쟁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격을 줄줄이 올리자 대형마트가 내놓은 가성비 치킨이 ‘오픈런’을 일으킬 만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 값비싼 외식 대신 집에서 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HMR)이 성장했다.

실제로 외식 수요는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3.4% 감소했다. 이는 2021년 1분기 14.1% 감소한 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로, 높은 외식 물가로 인해 수요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외식 가격에 대한 판단은 정부의 개입이 아닌 자영업자 개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고물가 시대에 고통을 분담하고 감내할 것인지 메뉴 값을 올려 수익을 올리는 대신 저항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이에 대한 판단이 모여 외식 물가의 흐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의 호감을 원한다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전략을 내놓지 않을지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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