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0조 빚더미 한전, 극복의 아이콘 거듭날까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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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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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최악의 재정난에 부딪힌 한국전력공사 정상화 열쇠로 꼽히는 '전기료 현실화'가 여론과 총선을 의식하는 정부의 눈치보기 속에 멀어지고 있다.
이런 사이 우리나라의 전력 인프라 투자와 운영을 책임지는 대표 공기업이 빚으로 빚을 막고 있는 상황에 처했단 사실은 국민과 정재계에 충격과 불안으로 다가온다.
한전의 지난해 기준 부채총계는 204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 속에도 두 가지 희망 요소가 있다.
우선 채권 한도초과 위기까지 갔지만 7개 자회사에서 총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아 ‘빚 돌려막기’를 당분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마저도 자회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마련한 배당금이지만 말이다.
흑자전환 가능성도 한전이 버틸 힘을 더해준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익 2조원을 올려 10분기 만에 적자를 탈출했다. 올해도 연간 영업익 2조8000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100배는 더 벌어야 쌓인 적자를 털어낼 수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잠깐의 이익으로는 정상화 궤도에 오르기 어렵고 한전 계열사들은 동반부실 우려를 안고 있다. 겉 보기엔 회복세를 걷고 있지만 실상은 아슬아슬한 밧줄 위를 걷는 게 한전의 현주소다.
근본적 처방책인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수란 외침은 한전이 적자 수렁에 빠진 지 4년 째 메아리로 그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이상의 전기료가 올라야 과거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은 언급하지만 구체적 시기와 인상 폭에 신중한 태도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4년 산업부 업무계획’ 설명회에서 “어느 시점에 얼마나 (전기요금을) 인상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기료 인상을 과감히 단행하자니 당장 물가상승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맘에 걸리는 모양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한전의 자구적인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늦어질수록 국내 전력산업계에 피해가 불가피하고 이는 고스란히 경제 전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정부의 조속한 대처 방안 수립을 촉구하거나 한전의 경영 방식을 꼬집는 목소리가 수년 째 뒤엉켜 정상화의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다.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여론 눈치보기 이전에 이 모든 결정권을 쥔 정치권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때라는 한 취재원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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