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방일까 표절일까”..‘미투 제품’으로 보는 K푸드 성장기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5.12 07:23 의견 1
김제영 생활경제부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인 로마의 파르테논 신전은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모방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로마제국은 그리스 등 다른 지역과의 문화 교류·통합을 통해 로마제국만의 문화로 발전시켰다. 서울 시청의 덕수궁 석조전 역시 파르테논 양식을 일부 재현했다. 단순 모방이 아닌, 한국의 독자적인 건축 양식과 문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인류의 문명은 선진 문화에 대한 모방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문화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형태로 발전하는 모방의 ‘선순환’을 거듭해온 결과다. 모방은 표절과 다른 개념이다. 모방은 원조를 참고해 유사하게 재현한다는 의미인 반면, 표절은 원조를 그대로 도용해 원본성과 저작권 등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를 낳는다.

식품업계에서는 기존 제품과 유사한 제품이 뒤이어 출시되는 현상을 ‘미투 마케팅’이라고 칭한다. 미투 마케팅은 일본 최대 라면기업 닛신식품이 최근 우리나라 삼양식품·농심의 라면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 화두에 올랐다. 표절 논란을 일으킨 닛신 제품은 상품의 콘셉트·디자인·겉면 표기 등 언뜻 봐서는 그대로 베껴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은 모양새다.

(위쪽부터 시계방향)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 닛신 야키소바 볶음면 한국풍 아마카라 까르보와 돈베에 한국풍 아마카라 양념치킨맛 야끼우동, 농심 양념치킨 큰사발면 (자료=각 사)

그런데 관련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보니 으레 익숙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닛신 사례와 같은 국제적인 표절은 기본이고 국내 경쟁사 간의 제품 표절 역시 예삿일이라는 설명이다.

조금 식상하지만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는 ‘초코파이’가 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시장에서 히트를 치자 롯데의 초코파이, 크라운의 쵸코파이 등 미투 제품이 연달아 출시됐다. 이후 오리온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당시 법원은 초코파이가 20년이 넘도록 다른 브랜드와 같은 이름으로 판매돼 보통명사라는 인식이 강해진 만큼 상표로서의 식별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한국 기업도 표절 논란 앞에서 자유롭진 않다. 농심의 스낵 ‘새우깡’, 롯데의 ‘빼빼로’와 ‘칸쵸’, 오리온의 ‘초코송이’ 등 현재 국내에서 유명 브랜드로 통하는 다수의 제품이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식품기업이 과거 우리나라보다 역사가 깊고 선진화한 일본 제품을 모방하며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식품기업이 한국 제품을 따라한 사례는 어쩌면 자랑스러운 훈장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적으로 선진화하고 우수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방의 선순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모습이다. 일본 제품을 단순히 따라하는데 그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 한국 식품기업만의 특색 입은 제품을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유사 제품 출시가 표절에 그칠지 모방을 통해 발전할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저 식품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국내 기업의 성장이 반가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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