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쿠팡이 최근 불거진 직원평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해당 문건을 유포한 변호사를 형사고소할 방침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쿠팡이 비밀번호를 활용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전 민노총 법률원장) 등을 악의적인 문건 조작과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형사고소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13일 MBC가 보도한 ‘쿠팡의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PNG 리스트 엑셀문서’가 공개되면서부터다.
MBC가 입수한 해당 파일에는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등 사유와 함께 1만6000여명의 기피 인물 명단이 명시됐다. 보도에 따르면 일단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타 지역 물류센터에서도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쿠팡은 MBC 보도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14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 고유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선량하게 일하는 수십만명의 청년과 주부, 중장년 직원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CFS에서는 배송 상품 분실 등 부정한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물류센터 절도 행위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원지법은 지난 2022년 절도와 특수절도, 특수절도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쿠팡 물류센터 출고팀 직원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경기도 화성시 물류센터 출고팀에 근무한 기간동안(지난해 9월~11월) 아이폰 132개(1억3000여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다.
지난 2021년 절도·사기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 입건된 전 쿠팡 직원 20대 장모씨는 수백만원대 노트북 등 총 1억원 상당의 물건을 빼돌렸다. 같은 해 9월 서울동부지법도 7억80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전 쿠팡 직원 이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쿠팡 물류센터에는 일용직 근로자가 대다수다. 즉 건설 현장처럼 하루나 주 단위 등 원하는 만큼 일하는 기간을 정할 수 있어 단기직 아르바이트생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해 일용직 인원만 수십만명으로 추산된다. 완전 개방된 인력 시장인 만큼 체계적인 채용이나 인력관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 전직 물류센터 단기 근무자는 “물류센터 채용 허들이 낮아 절도나 폭언, 성희롱 등 일반 직장에선 상식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물류센터 근무환경의 질을 떨어뜨리는 제보가 빗발친다. 무단결근이 비일비재하고 장시간 자리를 이탈하거나 여사원 성희롱도 많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문제를 일으키는 근로자로 인해 직장 내 분위기가 변질된다”며 “회사 측이 인력 채용 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태가 법적 공방으로 번질 경우 쿠팡 블랙리스트 문건의 진위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일부 노동계에선 2018년 CJ대한통운, 2021년 마켓컬리에 대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으나 검찰은 각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마켓컬리가 회사와 갈등을 빚었던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협력업체에 전달해 해당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지 않도록 했다는 혐의다. 이번 쿠팡의 블랙리스트과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이 인력 채용 전 인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예 대놓고 평판 조회에 대한 본인 동의서를 받는 곳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쿠팡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는 일용직에 대한 평판 조회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불미스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로 여겨진다.
다만 기업도 물류센터가 여러 사람들이 단기 혹은 장기로 근무하는 개방적 일터인 만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직원윤리와 조직문화 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쿠팡 물류센터 내 발생하는 절도나 폭언, 성추행 등은 사실상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행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개인의 윤리 문제로 치부해선 안될 것이다. 쿠팡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조직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 조직문화 쇄신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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