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 "탈시설정책, 중증발달장애인 죽음으로 몰아"

김영훈 기자 승인 2021.10.12 08:12 의견 21
지난 7일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는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사진=김영훈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영훈 기자] "중증발달장애인 자식을 시설에 맡기고 살아가지만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가족이 다같이 살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가정에서 돌볼 수 없기에 시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데 이제는 '탈시설 정책' 때문에 그마저도 안된다면 차라리 동반 안락사를 허용하라."

지난 7일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이하 '부모회') 어머니들은 절규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안락사를 입에 올려야 할 정도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폐쇄된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생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장애인 관련 정부의 정책이다. 2022년부터 3년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견상 장애인을 위한 정책으로 보여지지만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부모회'는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는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부모회'의 어머니들은 세상을 향해서 절박하고도 애타는 심정을 그대로 보여 줬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자녀들의 아프고도 창피한 '치부', 결코 타인에게 먼저 알리기 어려운 내밀한 자녀들의 실태까지 보여주면서, 정부의 '탈시설 정책'이 얼마나 탁상공론인지를 호소했다.

부모회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의 제목은 '탈시설 로드맵 실행하려면 증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동반안락사를 허용하라'이다. 정책에 대한 분노의 강도가 어느 지점인 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회'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정부가 그동안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추진하면서 단 한번도 당사자인 부모들 의견을 묻지 않았고 각계에서 제시한 '탈시설' 위험성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모회는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이 처음부터 잘못된 전제로 출발했기 때문에 죽음을 불사하고 막아내겠다고 천명했다.

부모회는 "발달장애인들의 문제행동(도전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강조했다.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가 나기도 하고 감정조절이 어려워 타인을 구타하기도 하고 자해행동도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고 대처하기도 쉽지 않은 발달장애인들의 이같은 돌발적인 행동때문에 거주시설에서의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발달장애인들의 돌발행동 때문에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서도 중증발달장애인이 가장 돌보기 힘든 대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회의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사랑하는 자식과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현실"이라며, "시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케어해 주기 때문에 그나마 부모들은 경제생활을 하며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회 어머니들은 "'정부는 부모들이 자신과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지켜낼 수 있게 해 달라'는 피맺힌 절규를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들도 정부가 시설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수한 환경을 갖춘 곳을 마련해 놓고 시설폐쇄를 추진했다면 지난 여름에 소복을 입고 거리로 뛰쳐나갔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들은 현재 정부가 '탈시설 로드맵'에 따라 취하고 있는 '신규입소 제한' 또한 시설에 입소하지 못해서 집에 데리고 있는 중중발달장애인들 가정에는 큰 치명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폐아들의 폭력적인 성향을 매로 다스리겠다고 하다가 부자간 몸싸움이 돼 경찰까지 출동하고, 불안한 가정에서 성장하는 다른 형제들의 심리적인 문제, 그리고 엄마들의 우울감 등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국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아서 더 나아가 죽음으로 내모는 정책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부모회는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이 최선인 이들에게, 안정적인 보살핌과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존치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중증발달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과 같다"며 "우리에게는 자유와 자기결정권보다도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탈시설을 논하기전에 장애의 다양성을 논해야 하고, 그것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함께 논의한 후에 정책이 수립되고 펼쳐져야 한다"면서 "시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의 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하고, 신규 입소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들의 거주시설은 결코 감옥이 아니며, 거주시설 존치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시설폐쇄는 우리에게는 사형선고와 같다"고 정부의 탈시설 정책 철회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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