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고음질 음원을 감상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사양·고비용의 오디오 장비와 고용량의 음원파일을 갖춰야 했던 시기는 오래 전에 끝났다,
물론 더 비싼 음향장비와 더 무거운 음원파일을 갖고 있을수록 고음질 음원을 더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기술의 발달은 라이프스타일의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고음질 음원을 더욱 '콤팩트'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게 바꿔왔다.
이런 변화에 가장 능동적으로 대처한 업계가 다름 아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고음질 전략을 내세우며 음악 좀 들어본 오디오 마니아들과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얻고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음질 이야기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바로 지난 2000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대한민국 최초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NHN벅스(이하 벅스)'다.
■ 고음질 음원 최다 보유·세련된 UI 디자인으로 차별화
벅스가 국내 최초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명성과는 다르게 국내 음원 시장 후발주자에 속하는 플로, 네이버 바이브, 카카오뮤직은 물론 글로벌 사업자인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에도 밀린 사실상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뒷부분에 다루기로 하고 지금부터는 벅스의 고음질 전략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점유율 꼴찌를 기록하는 음원 서비스의 고음질 전략을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고음질 대중화'를 위해 일찌감치 노력을 기울여왔고 실제 보유하고 있는 고음질 음원 아웃풋(Output)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벅스는 고음질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중요성을 지난 2009년부터 감지해왔다.
'슈퍼사운드(SUPER SOUND)'라는 캐치프레이즈도 고음질 음원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한 벅스가 일찌감치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벅스는 2009년부터 국내 음원 서비스로는 최초로 'FLAC'포맷의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FLAC 포맷에 대해서는 지난 기사([우리는'스밍'으로 듣는다] ③ "FLAC? AAC?"..쉽게 풀어보는 대표 오디오코덱 8월 8일 본지 기사)를 참조하길 바란다.
다운로드 뿐 아니라 16bit 형태의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벅스가 FLAC 음원 부문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보유량 때문이다. 벅스는 현재 국내 음원 서비스 중 최다인 1500만 여곡의 FLAC 음원을 보유 중이다.
블루투스 형태의 송수신보다 원음 훼손이 훨씬 덜 한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에도 지난 2016년부터 대응해왔다. 와이파이 환경에서 스피커시스템을 운용 중인 음악 애호가라면 매우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UI(User Interface, 유저 인터페이스) 관련해서도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유의 파스텔톤 UI를 바탕으로 "딴 건 몰라도 UI는 벅스"라는 평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벅스를 4년 째 이용 중이라는 직장인 채모 씨는 "고음질 음원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타사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벅스로 갈아탄 지 4년 정도 됐다"며 "보유한 고음질 보유 음원이 많은 게 마음을 움직인 이유였다면 특유의 예쁜 UI가 벅스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고도화된 고음질 기술..품질·신뢰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벅스는 지난 2017년부터 머신러닝을 활용한 음원 검증 기술 '소나(SONAR)'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소나는 손실 압축 알고리즘과 오디오 신호가 내는 변수에서 추출한 패턴 학습을 통해 고음질 음원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벅스 관계자는 "창작자에게 전달 받은 원음 파일을 FFC(Fake Flac Detector)와 CFD(Cut-off Frequency Detector) 2단계로 판별한다"며 "이후 FFD 단계에서 학습된 압축 음원의 특징을 바탕으로 왜곡된 부분을 걷어내고 CFD 단계에서 인위적인 차단 주파수(Cut-off Frequency)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소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벅스는 창작자나 기획사로부터 받은 FLAC음원을 소나 기술로 우선 검증하고 소나를 통해 음원에 이상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창작자의 재확인을 거쳐 고음질 음원을 서비스하고 있다.
좀더 전문적으로 음원을 감상하는 '헤비 유저'들을 위해 음원 정보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FLAC 스펙트로그램 미리보기' 기능도 지난 2017년부터 제공 중이다.
벅스는 24bit FLAC 음원 파일을 구매한 후 다운로드 받기 전에 주파수 아이콘을 클릭하면 이 스펙트로그램을 통해 음원 정보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AAC포맷도 320kbps까지 음질을 끌어올려 적용시켰다. AAC는 이전 기사에서 설명했듯이 같은 샘플레이트, 비트레이트 수치라도 AAC가 MP3보다 음질적으로 우수한 포맷이다.
FLAC보다 더 작은 용량과 저렴한 가격으로 FLAC에 준하는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벅스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 오프라인 행사 BSK로 고음질 대중화에 적극 나서
벅스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오프라인 행사 BSK(Bugs Super Sound Korea)를 개최하면서 고음질 음원을 실제로 접하고 다양한 음향기기를 할인해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행사도 선보였다.
BSK는 고음질 음원에 목마른 음악애호가들과 음향 제작·수입사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참여한 업체도 다양했다. 2019년 BSK의 경우 소니(SONY), 슈어(SHURE), 베이어다이나믹(beyerdynamic), 클립쉬(Klipsch), B&W,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 헤드(HEDD), 포스텍스(FOSTEX)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부터 아스텔앤컨, 소니캐스트, 레프릭오디오와 같은 국내 음향 제조사들도 적극 참여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BSK에는 중장년층 위주의 여타 오디오쇼와는 달리 MZ세대 위주의 젊은 관객들이 66% 가량을 차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행사 3년 차인 지난 2019년에는 다양한 이벤트도 선보이며 젊은 관람객들에게 호응을 끌어냈다.
안효민, 김혜성 성우 등 인기 성우와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더빙 이벤트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인 도재욱, 김성제, 김경덕과 일반인 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 이벤트 자리를 마련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해당 행사는 코로나 19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작년과 올해는 모두 취소됐다.
■ 현실은 점유율 최하위..고음질이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을까
언급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벅스가 놓여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와이즈앱(Wise App)의 국내 만 10세 이상 음원 안드로이드 앱 사용자 추정치에 따르면 벅스는 올해 2월 기준으로 37만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조사한 음원스트리밍 사이트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가 공개되자 음원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벅스가 플로와 카카오뮤직 같은 후발주자에도 점유율이 밀리는 줄 몰랐다", "원래 멜지벅(멜론,지니,벅스) 순 아니었나" 등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벅스가 고전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연계·제휴된 통신사가 없기에 신규 가입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벅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벅스로 음원서비스를 시작해서 안착한 경우보다는 다양한 이유로 '갈아타서 눌러앉은' 고객들이 더 많다.
작년에는 결국 적자도 기록했다. 비용과 인력감축이라는 뼈를 깎는 노력에도 전체적으로 매출이 하락한 점이 뼈아프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벅스의 2020년 매출은 687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 당기순손실이 45억원이다. 2019년엔 당기순이익 41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벅스는 올해 왕문주 신임 대표를 필두로 벅스만의 고음질 전략을 강화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벅스 관계자는 "벅스가 강점을 가진 고음질 음원과 관련 기술과 음원 유통 뿐 아니라 최근 주목받는 '추천' 서비스에도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며 "음악 감상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 음악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 확장으로 벅스의 수준 높은 음질을 어디서나 감상해 고객만족도를 극대화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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