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AI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에 힘입어 2030년 14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2조4000억원을 투자해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구축한 냉난방공조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EXPO 2025’에서 AI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칠러 등을 전시한 LG전자 전시관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자료=LG전자)
■ 삼성 8년 만의 대형 M&A vs LG 사업부 분리·글로벌 투자
삼성전자의 플랙트그룹 인수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약 8년 만에 이루어진 대규모 인수합병(M&A)이다. 플랙트는 65개국에 중앙 공조 제품 및 솔루션을 공급하는 글로벌 톱티어 공조 업체로 연간 7억유로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대규모 주거 단지 등 대형 공조 사업에 빠르게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성형 AI, 로봇, 자율주행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해 칠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가정용 및 상업용 에어컨을 포함한 중앙공조식 칠러, 빌딩관리솔루션 등 풀 라인업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종합공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에는 냉난방공조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로 신설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E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난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4067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성장성이 큰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신규 HVAC 공장을 설립해 제품을 생산 중이다. 미국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만나 MS의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공조사업 매출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20조원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올해 데이터센터 사업 수주 금액은 전년 대비 190%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도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최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6억 달러(약 8400억원)를 투자해 세 번째 가전공장을 착공했다.
LG전자 류재철 생활가전사업본부장은 "스리시티 공장 착공은 인도에서 LG전자가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결정"이라며 "더 강화된 현지 공급망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해 인도 최고 가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2026년 말부터 에어컨 생산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용 압축기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완공 후에는 연간 에어컨 150만대, 에어컨용 압축기 200만대 등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가 중동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지난 8~10일 중국 소주와 상해에서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개최했다. (자료=삼성전자)
■ 냉난방공조 시장, 왜 주목받나
공조 사업 중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달러(약 86조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크고 각종 설비가 내뿜는 열이 상당해 열 관리(냉각)가 필수적이다. 또한 주요 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 규제 확대도 공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탈탄소·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그린딜 정책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난방공조 시장 공략은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메가트렌드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