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 ‘양치기 소년’ 아니라더니..방재실 직원 ‘오인’ 맞다

오작동 오인..6번 고의로 꺼
쿠팡 책임 없지만..관리 필요

김성아 기자 승인 2021.07.20 14:3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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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한 달 만에 사고 경위가 드러났다.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조치를 취하면 ‘양치기 소년’이 된다던 방재 담당 직원들의 ‘오인’으로 아까운 목숨이 사라진 인재(人災)가 발생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화재 수사 담당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소방시설 설치·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쿠팡 물류센터 내 전기·소방시설 전담 A업체 소속 팀장과 직원 2명을 입건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업체 또한 함께 입건됐다. 해당 업체는 인력파견 등을 주로 하는 파견업체다. 해당 물류센터 시설관리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쿠팡의 하청업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직원 3명은 화재경보기가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오작동’이라고 생각해 경보기를 6차례나 초기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평소에도 오작동이 많아 기기를 자주 꺼놓은 것으로 진술했다.

본사인 쿠팡의 책임은 없었다. 경찰은 시스템 초기화 과정에서 쿠팡 본사의 지시가 있었던 사항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리 노력의 필요성은 대두됐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예견된 재앙이라고 불릴 만큼 전조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덕평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근로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있을만큼 방재 시스템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에도 화재 넉달 전인 2월 진행한 종합정밀 점검에서 이번 화재에서 문제가 된 스프링클러·경보기·방화셔터 등에 관한 지적사항이 277건에 달했다고 나와있다.

소방 시설 관련 전문가는 “방재 관리 자체는 하청업체가 담당하고 있어 쿠팡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본사 측의 세심한 관리와 주의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안전사고이니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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