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왔다. 제주를 오랜만에 찾았다는 친구. 비행기 안에서 제주 하늘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설레는 감정을 적극 어필했다. 공항에서 나오자 마자 이국적이라며 난리다.

나는 맨날 보는거라 그런지 별 감정없었는데 듣고 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고. 제주 입도 몇달 만에 내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제주 풍경을 보기 위해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제주의 환상적인 모습은 어느새 나에게 그냥 일상이 됐다.
제주 관광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요즘 많이 보이는 전기차를 빌렸다. 엔진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조용하다. 속도도 무리없이 올라간다. 전기를 충전해서 움직이기 때문일까 계기판에는 연료량이 아닌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돼 있다. 뭔지 신기했다. 기름차와 비교해 연료비(충전비)가 월등하게 저렴한데 공공기관 충전기를 이용하면 무료란다. '유후~~신난다'

139킬로미터 주행이 가능하다고 찍혀있다. 한 번 충전하면 150킬로미터까지는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으로 약 30킬로미터, 동서로 약 72킬로미터. 무리없이 주행할 수 있겠다. '좋아 출발~'
그날따라 모든게 잘 풀렸다. 요즘 비가 많이 오고 비가 안오는 곳은 날이 흐려 오랜 만에 제주에 온 친구가 실망할까봐 걱정이었는데 날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 도로는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게 뚫렸다. 제주 시내는 사람보다 차가 많아 막히는 경우가 잦은데 이날따라 차가 많지 않았다. 제주 바다가 이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신나게 달리고, 먹고, 쉬고하는 사이 계기판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전기가 떨어져간다. 얼마 안달린 것 같은데 당황스럽다. 에어컨 때문일까. 젠장 충전을 해야겠다.
젠장 나만 전기차를 타는 것은 아니었다. 충전할 자리가 없다. 제주도 곳곳에 충전소가 있지만 1~2개씩 밖에 설치돼 있는 탓에 충전을 못할 수 있다. 아니면 긴 시간을 기다리던가. 간혹 충전기를 걸어놓고 자리를 비우고 연락처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 무개념 운전자도 있다고 한다.
다른 곳으로 갔다. 젠장. 뻔뻔하게 전기차 충전기 앞에 주차를 해놨다. 아...짜증난다. 제주는 이주민이 늘고, 대중교통이 열악해 집집마다 차를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부동산 호황을 거치며 세컨카를 장만한 집도 정말 많이 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는 2017년 12월31일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충전 외 주정차를 전면 금지합니다'라고 붙어있는 경고문에 실소가 나왔다.
다른 충전소를 찾아 갔다. 젠장. 하필 길이 막힌다. 거침없던 아까 그 길은 어디갔다. 시내로 돌아온 내 잘못이다.
시내를 벗어나 힘들게 충전소를 찾았다. 그리고 충전~~. 젠장. 급속 충전이라는데 충전시간만 30분. 가있을 곳이 없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이런 곳을 찾아온 내 잘못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혹할수가ㅠㅠ
요즘 전기차를 렌트하는 관광객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만약 전기차로 관광을 하신다면 방문 관광지를 구경하거나 식사를 하시는 동안 꼭 충전을 해두시는게 좋을 겁니다. 제주가 전기차 충전소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무료로 충전가능한 곳도 많지만 일이 꼬일려고 하면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즐거워야 할 제주 여행에서 전기차로 인한 불쾌한 기억은 남기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