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을 놓고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입장차가 커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2조원+α 규모의 기업 자산 매입 프로그램 가동을 준비하고 있어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마감된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절차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에 피해를 봤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시정 권고를 구하는 고충 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 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 공원화 방침 이전만 해도 총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예비 입찰에도 최소 5∼6군데의 인수 후보군이 참가해 흥행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원화에 대한 서울시의 강경해 선뜻 입찰에 응한 곳이 없었다.

일단 대한항공은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에 대한 2차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매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제3자를 상대로 한 매각 성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서울시는 공원화를 이유로 해당 부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협의 재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거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달 초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원을 책정한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서 보상비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겠다고 명시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 거래인 셈이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자산 매각시 적정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분위기 반전이 기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대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기업, 채권단 지원 요청 기업 등 자구 노력과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필요한 시기에 자산 매각이 어려운 자산 등은 캠코와 민간이 공동 투자를 우선 추진해 직접 매입·보유하고 이후 제3자에 매각한다. 기업 재매입 수요가 있는 자산은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방식을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적정 가격의 자산 매각을 보장할 방침이다. 따라서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에 매각하기보다 캠코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제값'을 받기에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캠코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서울시에 되파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캠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최종 목표는 송현동 부지를 적정 가격을 받고 매각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의견을 나타내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국정경신문 최태원 기자 ctw0104@gmail.com 최태원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