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75년 인연에서 악연으로..협업 끊고 ‘관계 청산’ 수순
서린상사내 협업 중단 계획
신주발행 무효소송·표대결 등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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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14:24 | 최종 수정 2024.03.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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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이 75년 동반자에서 경쟁자로 돌아섰다. 고려아연은 ‘동업의 상징’인 서린상사에서 영풍과 협업을 끊고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려 한다. 관계 청산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원료 공동 구매를 포함한 인력·정보 교류 등 영풍과 협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론 두 회사가 서린상사 내에서 따로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린상사는 영풍그룹의 비철금속을 유통하고 있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 측이 66.7%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하지만 지분율 33.3%인 영풍의 장씨 일가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은 조만간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를 재구성하는 등 경영권 확보 방안을 추진한다.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서린상사와 거래를 중단하고 별도 종합상사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원료 구매 및 판매 등 사업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 협업을 중단한단 입장이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영풍의 현금 창출원을 축소해 향후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이자 경영권을 앞세운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린상사는 수십년간 영풍과 고려아연의 제품의 수출을 공동 수행하면서 시너지를 내왔던 비철종합상사”라며 “지난해 하반기 고려아연의 제안으로 6개월간 인적 분할 작업을 진행했는데 최근 갑자기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당사자 간 합의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시도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경영권만 믿고 일방적으로 현상 변경을 추진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자 사회적으로도 용인받기 어려운 행위”라고 질타했다.
■ 신주발행 무효소송부터 주총 표대결까지..갈등 장기화할 듯
두 회사는 그간 오랜 갈등을 이어왔다.
영풍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냈다. 앞서 고려아연은 작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 HMG 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액면금 5000원에 보통주 104만5430주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 신주 발행을 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해당 신주의 발행은 무효“라며 ”HMG 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와 확대라는 사적 편익을 도모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HMG글로벌에 대한 제3자 배정은 회사의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법 등 관련 법규와 회사의 정관을 토대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달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사상 첫 정면 표대결을 펼쳤다. 주총에서 배당안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원안이 가결됐고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공동 창업 일가 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함께 세워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각각 맡아 동업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가문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씨 일가가 33%, 장씨 일가가 32%로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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