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뒤지지 않겠다 결기.. 삼성·SK, 불화수소 국산화 잰걸음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7.17 15:36 | 최종 수정 2019.07.17 16:08 의견 0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현장인 '클린룸' 내부 전경.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산 외의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에 대한 품질성능 테스트에 착수하면서 일본에 대한 소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더 이상 부품 공급에 있어 일본에 휘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불어 핵심 부품 공급에 있어서도 외국에 기대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했다는 평가다.

17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 국산화 및 중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규제 이전에도 국산 소재 등을 사용해왔다. 규제 이후에도 국산화 비율을 늘렸거나 신규 공정에 적용하는 등 특별한 변동은 없다"며 "일본 규제와 관련해 대응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에 이미 적용한 것이 아니라 샘플을 받아서 테스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대한 확보해 놓은 물량을 통해 최장 1분기 정도는 직접적인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기간 일본산 외의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실제 공정에 사용하게 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국산 에칭 가스를 사용하려면 공정 변경과 테스트에 최소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 하락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는 우선적으로 해외의 고순도 식각 가스 수입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불화수소 업체가 자체 정제 비중을 높여 일본 제품 퀄리티를 낼 만큼 고순도로 제조하고, 실제 반도체 생산 공정에 사용하는 것이 '소재 국산화'의 정의가 될 것"이라며 "테스트 과정이 진행되고 있고 반도체 수율에의 영향을 감수하고 이르면 3분기 말부터 국산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외 국가에서의 수입선 다변화도 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한일관계 악화 가능성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언급을 기피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발 자국 기업 관련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이 우회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화학업체로부터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대량 주문했다고 중국의 한 인터넷 매체가 16일(현지시각) 보도도 이에 한못했다.

중국 상하이증권보는 산동성에 있는 화학회사 방화그룹(Befar Group)이 한국 일부 반도체 기업에 자사의 샘플을 제공해 에칭가스를 소량 배치하는 실험을 진행한 뒤 공식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상하이증권보를 인용해 관련 보도를 전하면서 "일본이 불화수소의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대신할 조달처로 중국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빈화그룹은 한국 반도체사에 불화수소를 납품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샘플 테스트와 일부 실험을 진행하고 나서 한국 반도체 기업과 정식으로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

빈화그룹 측과 계약을 맺은 한국 반도체 회사가 어느 곳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 3종류의 제품에 대한 대 한국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와 비교해 에칭가스는 일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에칭가스 수입은 중국산이 46.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일본산이 43.9%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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