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한화그룹 삼형제 후계구도 경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지배력을 강화한다. 기존 유통과 건설 사업에서 기계와 소재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이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가 김 부사장의 사업 영역과 연계성이 있는 만큼 유통과 건설을 포함해 기계와 소재·장비 부문까지 품에 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두 회사를 분리해 신설 지주회사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로 편입하기로 했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보유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비전과 합병할 계획이다. 한화비전이 신설 상장법인이 되고 한화정밀기계는 한화비전의 100% 자회사가 되는 구조다.
이번 인적분할로 미래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김 부사장의 사업 구도가 뚜렷해졌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사업재편을 통해 그룹 주력사업인 우주·방산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의 로봇 부문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 전략 기획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 부사장은 로봇사업과 연계된 기계와 소재 사업까지 가져오면서 신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김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지난 5일 한화로보틱스를 방문해 로봇 기술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 부사장도 함께 했다. 이번 한화로보틱스 방문은 김 회장의 올해 두번째 행보다. 특히 5년여만의 잠행을 깨고 나선 현장경영이라 더욱 이목을 끈다.
이날 김 회장은 “로봇은 우리 그룹의 중요한 최첨단 산업”이라며 “한화의 독보적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것”을 주문했다.
한화로보틱스는 미래 핵심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로봇 분야 선점을 위해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했다. 2017년 주력 제품인 협동로봇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 기반의 다양한 첨단기술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글로벌 로봇시장이 2030년 최대 35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대전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R&D 센터를 찾았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5년 이상 잠행을 깨고 공식활동에 나서며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물적 분할 등 추가 조정이 진행되야 후계 구도가 좀 더 명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선, 유통에 로봇 결합..기계·소재 등 영역 확장 가능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미국 수제버거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론칭한 데 이어 이날 4호점을 개장하는 등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 사업을 운영하면서 로봇 산업과 연관된 기계와 장비 등 비유통 신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모멘텀은 태양광 셀 공정 장비의 핵심 기술인 진공증착 기술을 기반으로 고품질, 고효율의 태양광 셀·모듈 분야의 전문 설비를 제조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20년 한화정밀기계로부터 협동로봇 사업을 양수해 모멘텀 부문에 편재시킨 뒤 지난해 10월 사업을 다시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앞서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한화모멘텀부문의 태양광 장비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한화비전은 CCTV 공급·제조 사업에서 업계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첨단기술회사 하니웰이 인수한 보안시스템 공급업체인 르넬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주 지역 한화비전 보안카메라(CCTV)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차세대 반도체 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산업용 장비 솔루션 업체로 한화그룹 내에서 초정밀 제어 기술 기반의 기계 제조장비분야 대표 회사다. 공작기계 사업과 더불어 SMT, 미니/마이크로 LED, 반도체 후공정 장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한화·모멘텀으로부터 반도체 전공정 사업을 양수하여 전방위 반도체 장비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 구조조정으로 김 부사장의 사업 확장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며 “특히 한화모멘텀은 한화로보틱스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이차전지 사업이 향후 효자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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