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DNA를 바꾼다'..정의선 부회장의 광폭 행보 주목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7.11 16:57 | 최종 수정 2019.07.12 09:50 의견 0
정의선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자료=현대·기아자동차그룹)

[한국정경진문=장원주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라는 업계 인식 때문에 재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에 비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는 대한민국 1등 효자 상품이자 '수출 보국' 을 실천하고 있다. 일명 '삼성이 포기한 현대의 뚝심'으로 일으켜 세웠다. 그 중심에 정의선 부회장이 있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건재'하지만 외부 활동이 없는 만큼 정 부회장의 행보는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런 와중에 정 부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젊은 3세대 경영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듯 폭넓지만 의미 있는 '정중동'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다음 주 중국 현지 공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월 베이징 1공장(현대차)에 이어 지난달 그룹의 첫 번째 중국 생산시설인 옌청 1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정 부회장이 주력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공장을 연이어 정리한 것은 수요대비 생산설비가 과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여파로 시작된 판매부진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데다 현지 시장도 전체적으로 위축돼 현대·기아차가 실적을 극적으로 개선하기는 사실 어려운 여건이다.

지난달 중국의 자동차(승용+상용)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205만6000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가 12개월째 이어진 것으로 지난해까지 현대·기아차 시장을 잠식하며 판매를 늘렸던 중국 로컬업체들도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국 시장 점검 후 현지 사업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도화된 공장을 중심으로 운영을 효율화하고 불필요한 비용부담 요인을 제거하면 판매위축에도 손실은 최소화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을 전략차종 중심의 타깃 마케팅과 친환경차 출시 등으로 돌리면 중국 사업 반등도 노려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이 과감하게 여겨질 정도의 사업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던 사업전략을 질적 성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스타급' 디자이너들이 줄줄이 현대·기아차그룹에 합류한 것도 정 부회장의 의중이다. 2006년 기아자동차 사장 시절 영입했던 피터 슈라이어를 주축으로 이어진 외인(外人) 영입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부문을 한층 더 견고하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미국 GM과 독일 BMW 등에서 디자인 경험을 거친 서주호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 이노베이션실 상무로 영입한다고 한다. 서 상무는 오는 16일부터 현대차에 합류한다.

서 상무는 치열한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성공한 한국인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산업디자인 학사, 석사과정을 밟은 뒤 1999년 GM그룹에 입사, 다양한 내·외장 선행과 양산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당시 서 상무가 외장 디자인을 맡은 GMC 콘셉트카 '그래니트'는 2010년 개최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올해의 디자인'에 선정된 바 있다. 이후 2012년 BMW로 자리를 옮겨 선행 디자인을 담당하며 BMW X5, X6, 3·8시리즈 등의 선행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정 부회장이 장기 생존발판을 마련하고자 절치부심하는 모습이 읽히는 대목이다. 안으로는 순혈주의를 깨고 개방적인 기업문화를 유도하면서 혁신에 초점을 맞춘 경영 색깔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전반적으로 보면 위기 상황에서 미래 생존을 위한 초석을 다져놓으려는 모습"이라며 "중국은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향후 사업방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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