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불황 속 ‘실적 동앗줄’ 정제마진..SAF·수소 사업 고삐

정제마진 개선..올해 영업익 60% 뛸 듯
배터리 부문 판매량 정체..적자 불가피
박 사장 “생존 위협 속 체질 개선 시급”
SAF·수소·CCS 등 친환경 사업 투자 가속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3.05 09:59 의견 0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9039억원을 거둬 1년 전보다 51.4% 줄었다. 사진은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불확실한 업황 속 친환경 중심 체질개선과 생존력 확보로 ‘그린에너지&소재 기업’ 입지를 공고히 할 지 주목된다.

올 상반기 배터리 사업은 부진이 불가피하지만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개선으로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바이오항공유(SAF)와 수소 등 탈탄소 기반의 친환경 포트폴리도 탄력을 얻을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9039억원을 거둬 1년 전보다 51.4% 줄었다. 정제마진 약세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탓이다.

올 들어서는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여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2월 둘째 주 배럴당 15.3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기준 4.1달러와 비교해 크게 개선된 수치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이슈를 비롯해 최근 제품재고 감소와 정제마진 개선 등 지표들은 유가의 단기적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다만 유의미한 수요 개선 보다 공급 차질에 따른 것으로 추세적 상승보다 유가의 단기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급락한 정제마진이 최근 개선되고 있지만 연말까지 지속될 지는 불확실하다”며 “대외적 여건에 따라 쉽게 변동되는 지표라 (정제마진이) 당장 상승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 전경. (자료=SK이노베이션)

■ 정제마진 급등, 배터리 부문 약세 만회..“전략방향 재점검”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정제마진 급등 덕에 올해 영업이익 3조450억원을 올려 전년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배터리 부문은 판매량 정체와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상반기 7023억원 가량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정유부문에서 만회할 것이란 시각이다.

박상규 사장도 불확실한 업황을 의식해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앞서 신년사를 통해 “생존이 위협받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인풋 대비 아웃풋이라는 효율성 관점에서 전체적인 전략 방향을 재점검하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도출하자”고 당부했다.

구체적인 전략이나 사업 청사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정유·화학 기업에서 그린기업으로 새단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자료=SK이노베이션)

■ SAF 규모 1조원서 28조원으로..2026년 생산 목표

이 중 SAF는 대표적인 친환경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SAF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1조원에서 오는 2027년 2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SK이노베이션도 일찌감치 차세대 바이오 연료 사업 선점에 나섰다.

우선 2026년 SAF 생산을 목표로 SK 울산콤플렉스(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도 바이오에너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작년 미국 펄크럼에 260억원을 투자한 뒤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합성 원유 생산을 추진 중이다.

올초에는 물류자회사 SK엔텀을 출범시켰다. SK에너지의 인적분할에 따른 분할 신설법인이다.

SK엔텀은 SAF 등 저탄소 원료 및 제품을 저장, 출하하는 영역으로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저탄소 제품 수요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2026년까지 바이오에너지를 비롯해 수소·암모니아와 탄소 포집·저장(CCS) 등 친환경 사업에 1조79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암모니아 기반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인 미국 아모지에 8000만달러(약 1051억원)를 투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사업에 투자하거나 투자할 예정인 정유사들이 많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진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 흐름에 맞춰 탈정유·탈석유 사업이 부각되지만 아직까지는 정제마진이 실적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AF 사업은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하는 부문이고 불황 속 체질 개선책과 구체적인 전략 방향은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계속해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 실적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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