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만기 도래한 홍콩 ELS..금감원 “오늘부터 현장검사”

상반기에만 10.2조원 만기 몰려..이번주 부터 줄줄이 만기
지난해 대응 TF 구성하고도 무대책..손실 후 사후 조치
8일 국민은행 등 현장 검사 돌입..“앞선 검사서 문제점 확인”
3~4월 분쟁기준안 나오지만..투자 피해자들 “전액 반환해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1.08 12:10 | 최종 수정 2024.01.15 10:35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홍콩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고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늘부터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살피기로 했지만 이미 대규모 손실에 무방비로 노출된 투자자들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원금 전액 반환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 홍콩H지수 기초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중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이 15조4000억원(79.4%)이고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홍콩 ELS 상품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될 때까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은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홍콩 ELS에 수천만원을 재투자해 손실을 앞두고 있는 한 투자자는 “은행에서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소송을 준비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앞서 일부 은행들이 손실을 만회하고자 만기 연장을 검토했지만 ELS 상품 자체의 구조가 복잡해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또 만기 도래 고객을 대상으로 다른 지수와 연계된 ELS나 주가연계펀드(ELF)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이기 때문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불완전판매라고 드러난 경우 전액을 배상하든 은행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일괄 배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3분기 홍콩ELS 관련 자체 대응팀을 꾸렸지만 고객에 현재 시장 현황과 가입 상품 정보, 중도 상환 방법 등 상품 운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의 행보도 홍콩ELS 만기 전 대응책을 내놓기 보다는 사후조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 판매 규모와 손실액이 크다는 이유로 손실을 보전해 주면 다른 상품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법상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있게 고려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홍콩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순차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현장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와 관련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을 확인하는 대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앞선 조사 결과 일부 판매사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KPI 배점을 통한 ELS 판매 확대 유도, 신탁계약서·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계약 관련 서류 미보관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민원조사도 함께 실시해 분쟁조정 절차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르면 3~4월 중 배상 기준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홍콩 ELS 투자자들은 은행들의 부당 권유로 상품을 가입하게 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지난달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윰감독원 앞에서 첫 집회를 열고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 금액에 대해 원금 전액을 보상해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오는 19일 금감원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원금 전액 반환 요구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한 투자 피해자는 “피같은 원금이라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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