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이자익 확대 갈 길 먼데..‘홍콩 ELS 사태’ 직격탄

내년 손실 앞두고 관련 상품 판매 중단..비이자익 타격 불가피
“홍콩H지수 역사적 저점 투자 적기 인데”..당국 눈치에 중단
3분기 5대 은행 신탁수수료 7170억원..타 금융상품 판매도 위축
“장기적으로 은행 신뢰하락 우려..불완전판매 이슈 털고가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3.12.05 11:48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비이자이익 확대를 추진 중이던 은행들의 영업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만약 수조원 대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전체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이 올 10월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국민·하나은행도 동참했다. 신한·우리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를 멈춘 상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자료=연합뉴스)

시중은행의 이러한 결정은 현재 시장 상황만 놓고 다소 이례적이다. 홍콩H지수가 역사적 저점을 형성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통상 3년) 때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객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규모 손실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동일한 상품 판매를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가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ELS 상품에 투자하기 적합한 시점”이라면서도 “금융당국에서 ELS 판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어서 판매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로 그간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를 위해 은행들이 공들여 온 ELS를 포함한 신탁 사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ELS 판매 수수료가 포함된 신탁 수수료 수익은 총 7170억원이었다. 국민은행이 1842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1574억원, 농협은행 1383억원, 신한은행 1318억원, 우리은행 1053억원 순이다. 이중 ELS 판매 수수료가 20~30% 비중을 차지하며 효자 상품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홍콩H지수 ELS 상품이 날개돋친 듯 팔렸던 2021년의 경우 은행의 신탁 수수료 수익이 최고조에 달했다.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ELS 만기 예정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경우 2021년 한 해 동안 신탁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만 307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당장 홍콩H지수 ELS 판매가 중단된데다가 금융당국에서 은행창구에서 고위험 상품인 ELS 판매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적절했느냐 따져보고 있어 향후 파생상품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의 ELS 판매수수료가 포함된 신탁수수료 수익은 4대 은행 기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전체 은행 수수료수익 가운데 약 20% 비중을 차지한다”며 “향후 이자이익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수수료 이익 확보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등 환매중단 사태를 겪으며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에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지난 2019년 7월 30조원에 육박했던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올 10월 16조원으로 반토막 났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로 고객 신뢰가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로 고객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국이 어떻게 결론낼지 기다려봐야 겠지만 불완전판매 이슈를 확실하게 매듭 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