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횡령액에 무거운 책임론..BNK금융·경남은행, 금융당국 ‘괘씸죄’까지

횡령액 562억→2988억원..역대급 횡령사고에 지주 책임론
4월 사고 인지하고도 보고 지연..금융당국 ‘내부통제 혁신방안’ 무색
“관련 임직원 엄정 조치” 예고..은행 내부통제 실패 ‘본보기’ 되나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9.21 11:0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BNK경남은행 횡령사고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엄정 조치를 예고했다. 당초 500억원대로 알려진 횡령 사고 규모가 실제로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은행과 지주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면서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한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 도입 직후 적발된 사고라는 점에서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해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4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긴급 계열사 경영진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BNK금융그룹)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에 대해 지난 7월부터 긴급 현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은행 투자금융부 A씨가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3년 동안 77차례에 걸쳐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초 횡령 사고 금액은 562억원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이 7월 자체검사에서 횡령 혐의를 인지한 77억9000만원에 금감원의 긴급 현장점검에서 추가 확인한 484억원이 추가된 액수다.

하지만 경남은행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일 횡령 혐의액을 1387억원으로 봤다.

이러다 전날 금감원 발표에선 2988억원까지 늘었다. 횡령 규모가 5배 넘게 늘어난 것은 조사 과정에서 대출 돌려막기가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A씨는 최초 횡령 이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담당하던 타 PF사업장 대출금 및 원리금 상환자금을 반복적으로 빼돌리면서 횡령 규모를 키웠다.

A씨는 대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1023억원을, 정상적인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다른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1965억원을 빼돌렸다. 횡령 횟수는 77건에 이른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로 경남은행 지주사인 BNK금융지주의 ‘내부통제 통할 기능’ 미작동을 꼽았다.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만을 문제 삼던 것에서 지주사의 관리 부실로까지 문제의식을 확장한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제11조에서 금융지주사의 업무로 자회사 등에 대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업무를 명시하고 있음을 들어 BNK금융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금감원에 따르면 BNK금융은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관련 테마(서면)점검을 실시하면서도 고위험 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또 경남은행에 대한 지주 자체검사에서도 현물 점검 외 본점 사고예방 검사 실적이 전무했다.

금감원은 BNK금융과 경남은행이 횡령 사고를 4월 초 인지했음에도 자체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국 보고를 지연한 점, 7월 말이 돼서야 은행에 대한 자체검사에 착수해 사고 초기대응이 지연된 점도 문제 삼았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 발표 당시 사고의 주된 원인이 ‘사고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임을 전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그런 표현도 찾아볼 수 없다. BNK금융과 경남은행에 이번 횡령사고의 책임을 강력하게 묻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이 특히 이번 횡령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지난해 발표한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 도입 직후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사고 이후 금감원과 은행권은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거액의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체계 개선, 위험직군 직무분리 강화, 명령휴가제도 등이 담겼다.

은행권은 지난해 혁신 방안 발표 이후 은행연합회 모범규준 제개정, 올 4월 내규 반영, 7월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혁신방안을 단계적으로 이행 중이었다.

검찰 수사 요청 이후 BNK금융과 경남은행이 사고를 인지한 것이 4월, 자체검사를 통해 횡령 혐의를 금감원에 보고한 것이 7월인 만큼 내부통제 혁신방안 도입 시점과 겹친다. 자칫하면 애써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를 개선토록 지속적으로 지도·감독 및 제도개선을 강화해왔던 만큼 이번 횡령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여·수신 과정에서 고객 자금 운용은 은행의 기본적인 핵심 업무”라며 “횡령을 한 본인 책임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람, 당국의 보고가 지연된 부분 등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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