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보다 나은 막내..'수송보국 꿈' 멀어진 한진가서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만 승승장구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3.11 14:10 의견 0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오는 27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정기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한진가(家)에 대한 극명한 경영실적 부침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박탈 위기에 몰리는 등 알짜 기업을 물려받았던 형들은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반면 그룹 내 홀대받던 계열사를 손에 쥐었던 막내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만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은 한진가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형들만한 막내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결산법인의 '최대 격전지'는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에 휩싸인 한진그룹과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격돌하는 한진칼, 한진 및 대한항공 주총이다.

시장의 눈길은 대한항공 2대 주주(지분율 11.56%)이자 한진칼의 3대 주주(지분 7.34%)인 국민연금에 쏠린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정관이 통과되면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인 조양회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직에서 사실상 해임될 수 있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는 한진칼의 주주명부 확인 후 특수관계인으로 신고되지 않았지만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분 3.8%를 처분토록 요구했다. 해당 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조양호 회장의 우호 지분이 그만큼 축소되는 것이어서 표 대결으로 갈 경우 불리해질 여지가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갑질’ 이미지로 ‘애국 마케팅’조차 시도하기 어려워 여론몰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양호 회장이 물러나면 조국을 수송업으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을 목표로 한진그룹을 일궈낸 고 조중훈 회장의 유지는 완전 물거품으로 끝나게 된다.

고 조중훈 회장이 2002년 11월 타계한 뒤 장남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그룹(항공업), 차남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그룹(조선업), 3남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해운업), 4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금융업) 등으로 2005년 공식 계열 분리가 이뤄졌다.

맏형인 조양호 회장 일가는 수차례 갑질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데 이어 경영권 공격까지 받고 있다. 한진그룹은 2014년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권 강화에 나섰지만 지주사 자체가 흔들리면서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장기침체로 2016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2500억원을 수혈받은 후 3년간 보유 부동산과 자회사 등을 매각하는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15년 1500억원 영업손실을 본 후 올해까지 간신히 3개년 연속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초에 동전주로 전락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경우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가 경영악화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감자 및 출자전환 후 채권단의 지분율은 60~70%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으로 산업은행은 이병모 인하대 교수(전 STX조선해양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정했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부실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경영권이 박탈됐다. 핵심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이 더이상 조씨일가의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진해운은 한진가의 계열사 중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다.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 선고를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진해운은 2006년 고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시련을 겪기 시작했다. 2007년 부인 최은영 회장이 1년 뒤인 2007년 남편을 이어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으나 해운업황 악화로 경영난을 겪었다. 급기야 최은영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회사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반면 한진가의 막내 조정호 회장은 당시 그룹 내 가장 작은 계열사를 물려받았지만 현재 나홀로 '알짜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계열사 가운데 작년에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린 메리츠종금증권은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2년 연속 다시 썼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순이익이 433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2.1% 증가했다. 특히 순이익은 2017년에 3552억원을 기록해 창사 아래 최고치를 달성한 데 이어 작년에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5년 전인 2013년(516억원)에 비해서는 순이익이 8배 이상 불었다. 자기자본은 3조4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67배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을 포함해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지주의 자산총계는 2011년 출범 당시 12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52조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