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고금리·고물가 시기를 맞아 취약 차주 지원에 나서는 등 고객중심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 행장은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취약 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금융당국에 ‘눈도장’을 찍는 등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행장은 지난 15일 인천 송도컨센시아에서 진행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들과 하반기 경영이슈 및 미래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진 행장은 특강을 통해 ‘본립도생(本立道生·기본이 서면 길이 열린다)’을 강조했다. 튼튼한 기본을 토대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진 행장은 “은행 중심으로 외부를 바라보는 인사이드-아웃 씽킹이 아닌, 은행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우리 내부를 바라보는 아웃사이드-인 씽킹(Outside-In Thinking)을 해야한다”며 “어떤 활동도 고객과 사회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진 행장은 “고객과 사회가 원하는 기업의 가치가 ‘필요’에서 ‘의미’로 바뀌고 있다”며 “‘고객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은행’이 되기 위해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을 넘어 의미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행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고금리와 물가인상이라는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공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부의 취약층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차주 중에 정부 대책에 들어가지 않는 애매한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5일 임원회의에서 “금융권이 정부 차원의 대책 이외에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신한은행의 취약 차주 지원 프로그램이다.
신한은행은 진 행장의 주도하에 이달 초 은행권 최초로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주택담보대출 연 5% 일괄 감면 및 초과분 1년 지원 ▲금리상한형 주담대 연 0.2% 가산금리 1년 지원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고객의 2년간 금리 변동 리스크 부담 ▲새희망홀씨 신규 금리 연 0.5%인하 등의 혜택을 담았다.
이후 KB국민·하나은행에서도 각각 취약 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주담대 금리에 5% 상한선을 그어 은행이 추가 금리를 부담해 주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하기 전인 지난 8일 선제적으로 예적금 25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7%p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인 18일 부터는 정기예금 12종 등의 금리를 최대 0.6%p 인상하는 등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금리 혜택이 돌아가도록 신속한 금리 인상을 이어갔다.
신한은행의 적극적인 고객중심 경영은 은행권 내 유리한 입지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진 행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고 민간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서민금융지원회 고객 상담 직원,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은행권 경영진은 진 행장이 유일했던 셈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을 방문했다. 자영업자의 애로사항 등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은행의 취약차주 지원 노력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주요 행사에 신한은행이 잇달아 등장한 이유로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금융당국 행사에 초청된 것은 취약차주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은행에는 신한은행 수준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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