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시간은 LG에너지 편?..SK이노 끝까지 버틸까 "회의적"

강헌주 기자 승인 2021.02.01 17:00 | 최종 수정 2021.02.01 18:59 의견 0
SK이노베이션 헝가리 1공장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정경신문=강헌주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합의를 종용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오는 10일(미국 현지 시간) 이뤄진다.

양 측이 ITC 최종 결정 전에 합의를 이루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업계에서는 막판 ‘극적 합의’를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 10일 ITC 최종판결..SK이노베이션 결과 낙관 못 해

1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간이 흐를수록 양 사의 소송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판결(예비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보다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영업비밀 침해의 경우 ITC 행정판사가 예비결정에서 침해를 인정한 사건이 최종 결정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은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ITC 위원회의 재검토 지시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 수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 민사 소송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여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ITC의 최종결정이 나기 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하는 것이지만 합의금 규모에서 워낙 큰 이견을 보여 쉽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송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만약 ITC의 최종판결이 예비결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영업비밀 침해’ 딱지가 붙으면 미국 외 글로벌 수주 활동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 시간 끌면 부담 더 커져..증권가 ‘재무 리스크’ 주목

SK이노베이션은 2028년까지 유럽 생산거점인 헝가리에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3공장을 구축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기업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자료=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2021년 신년사에서 “배터리와 소재사업은 친환경 성장의 중심으로 이제 시장에서 성장 가치를 받기 시작한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이런 긍정적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재무 부담 완화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2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해 올해 반등 포인트가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은 본격적인 협상을 10일 ITC 최종 결정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고 하더라도 합의에만 이르면 미국 수입금지 제재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금 수준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설사 최종판결이 미뤄지거나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되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소송금액과 합의금 등 재무적 리스크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은 결코 SK이노베이션 편이 아닐 것"이라며 다소 회의적인 관전평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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