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신용대출 급증..금감원, 대출 규제 나선다

조승예 기자 승인 2020.09.14 14:02 의견 0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추이 (자료=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열흘 만에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신용대출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일 기준 총 125조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 집계 당시 잔액 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10일 만에 1조1425억원 더 불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9월 5대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8월(4조755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로 조사됐다. 지난달 14일자 금리 1.74∼3.76%보다 상단이 조금 높아졌다. 여전히 2%대 초반부터 4%대 초반까지 범위인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정부 부동산 규제의 '풍선 효과'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히다 보니 신용대출을 통해 주택 자금 마련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와 경영난으로 신용대출을 찾는 수요도 더해지고 있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3∼5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달마다 각 5000억원, 1조8000억원, 2조2000억원씩 늘었다. 3개월간 4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증가분은 6월 6000억원, 7월 1조5000억원, 8월 2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은 6월 1000억원 미만, 7월 3000억원, 8월 2000억원으로 기타대출 규모가 더 컸다.

기타대출에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보험계약대출 등이 포함된다. 신용대출만 따로 떼어 보면 6월 4000억원, 7월 8000억원, 8월 9000억원씩 늘었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최근 크게 늘자 실태 점검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캐피탈·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 신용대출 증가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은행권 신용대출 규제를 위한 사전 작업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은 14일 5대 은행 부행장(여신 담당 그룹장급)과 화상 회의를 통해 신용대출 급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은행 대출 관련 차·과장급 실무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 기준 등의 자료를 은행들에 요청하고 신용대출 급증 동향 등을 파악하는 실무선상의 회의를 마쳤다"면서 "생활안정자금이 아닌 용도의 신용대출에 어떻게 핀셋형으로 규제를 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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