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지났지만 기존 틀 벗어나지 않을 것"..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안 '안갯속'

정창규 기자 승인 2018.06.21 12:08 의견 0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대표 폴 엘리엇 싱어(Paul Elliott Signer) (사진=보도영상 캡쳐)

[한국정경신문=정창규 기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월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지난달 철회한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현대차는 당초 정몽구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의 지분매각과 현대모비스의 합병·분할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이었지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차 개편안 발표 시기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현대차는 개선안을 통해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기존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차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에서의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사세와 합병 비율이 적절치 않으며 정 회장 일가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했다.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현대차그룹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 임시 주총을 불과 일주일 남겨놓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현대차가 내놓은 재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의 투자·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하고,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으로, 현대모비스 주주는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받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합병 비율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을 뿐더러 정 회장 일가에 유리하게 책정되지도 않았다며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미국 해지펀드 앨리엇을 비롯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 마저 난색을 표해 주총에서의 부결이 점쳐졌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현대글로비스의 주주총회를 철회하고 개선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당시 장문을 통해 “그 동안 그룹 구조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며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검토를 선언한지 한달여가 흘렀지만 현대차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 개편안이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과 더불어 김 위워장 또한 취임 1주년을 맞아 재벌기업에 대한 압박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대차가 새 개선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개혁 의지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새 개편안 내용과 시점을 두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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