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 또 충돌.."美 행정부에도 부담"

최태원 기자 승인 2019.12.23 10:41 의견 0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미국 행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펼쳐지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LG화학이 요청한 조기 패소를 놓고 또 한 번 충돌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소송전은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ITC의 고민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ITC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등 3대 주체들이 재판부 요구에 따라 입장을 재정리한 2차 의견서를 이달 6일과 11일에 각각 제출했다고 23일(한국시각)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증거를 훼손·은폐했다"며 "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SK가 입증해야 하지만 SK는 입증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거듭 요청한 것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증거 보존 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고의성은 없었다"며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전사적으로 증거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며 모든 LG화학의 요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불공정수입조사국은 LG화학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지난 11월 15일 재판부에 제시했다. 이어 이번 2차 의견서에서도 "여전히 SK 패소 판결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조사국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 훼손은 여타 다른 사례와 비교해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다"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에도 악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ITC는 지난 10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담고 있을 만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포렌식 조사 명령을 내렸다.

이후 LG화학은 지난 11월 초 SK가 조직적·고의적으로 소송 전·후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재판을 SK 패소로 끝내달라는 요청(Default Judgment)을 한 바 있다.

조사국은 LG화학 의견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냈고 SK이노베이션은 반박 의견서를 지난 11월 중순에 차례로 제출했다.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림에 따라 재판부는 주요 쟁점을 다시 정리해서 의견을 내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른 2차 의견서에서도 각 주체 모두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이 같은 문제는 심도있게 다뤘다.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론이 낼 것 같다고 언급했지만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 확대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이 경우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생겨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고 미국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더 늘리고 싶어한다는 점을 WSJ은 지적한 것이다.

이와 함께 WSJ은 "이 건은 결국 거부권을 가진 미 무역대표부(USTR) 선으로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ITC 소송에서 LG화학이 승소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소송이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업계, 각국 정부에게까지 예민한 문제라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재판부의 부담이 한층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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