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업체에 넘어가는 토종 '배달의민족'..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

최태원 기자 승인 2019.12.13 14:38 | 최종 수정 2019.12.13 16:26 의견 0
13일 독일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조건을 담은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자료=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공식 페이스북)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다. DH는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양사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조건을 담은 협약을 맺었다고 13일 밝혔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쓸 예정이지만 사실상 '게르만 민족'이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국내 1위와 2위 업체가 모두 해외 자본이 되는 셈이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6820억원)다. 이번에 DH가 인수하는 투자자 지분 87%는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보유하고 있다.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김봉진 대표는 DH 경영진 중 개인으로서 최대 주주가 된다. 향후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가 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이번 인수합병은 국내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싱가포르에 50대 50 지분으로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는 글로벌 진출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맡는다.

배달의민족은 앞으로 아시아 시장에 신규 진출할 때 기존의 배달의민족 또는 배민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김봉진 대표가 아시아 사업을 맡으면서 우아한형제들의 국내 경영은 김범준 부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 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취임한다.

양사는 아시아에서 공동으로 사업에 나서지만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 각사의 서비스를 현재처럼 독자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경쟁 체제를 유지해 각각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양사는 5000만 달러(약 585억3500만원)의 혁신기금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푸드테크 분야 한국 기술벤처의 서비스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음식점이 해외로 진출할 때 시장조사 및 현지 컨설팅도 돕는다.

DH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은 배달앱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고 전제하며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성공을 이룬 김봉진 대표가 아시아 전역에서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대형 IT플랫폼들의 도전에 맞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배민의 경영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업계의 품질 경쟁으로 소비자와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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