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 '여성 CEO'는 단 1명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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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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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지난 2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역대 가장 많은 64개 금융기관이 참여했고 청년 구직자 1만7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과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는 금융사들의 이해가 잘 맞아 떨어진 금융권 대표 연례 행사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특히 올해 박람회는 '금융 희망을 열고, 청년 꿈을 이루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금융권이 기회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겠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에서는 취준생들, 특히 여성 취준생들에게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장면도 나왔다.
박람회 첫날 개막식의 마지막 순서로 내빈들의 기념촬영이 있었는데 박람회에 참여한 총 64개 금융기관의 수장 중 여성은 박정림 KB증권 대표 단 1명이었던 것. 금융사 CEO들이 단상에서 다같이 화이팅을 외칠 때 나홀로 여성인 박 대표의 모습은 남성 CEO들 사이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64명 중 1명. 적어도 너무 적은 숫자다. 금융권에서 여성 CEO라는 존재가 얼마나 희소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금융권 취업의 부푼 꿈을 안고 박람회에 참석했을 여성 취준생들에게도 금융권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똑똑히 보였지 않았을까.
물론 여성 경영인의 부족이 비단 금융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여성이 설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적은 것도 사실이다. 이날 박람회에 참석하지 않은 금융권 전체 여성 CEO까지 모두 포함해도 그 숫자가 아마 열 손가락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은행권에서 여성 행장은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장 등 3명이 전부다. 증권업계에서는 KB증권의 박정림 대표가 유일하고 보험업계에서는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와 2020년 취임한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 2명 뿐이다. 카드사에는 여성 CEO가 아예 없다.
여성 임원의 비중도 여전히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지난해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8.3%였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같은 기간 2금융권의 임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 임원 1136명 중에서 여성은 8.3%(94명)에 그쳤다.
그나마 부서장급 이하에서 여성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처음으로 중간 관리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51.4%로 과반을 넘겼다. 신한금융도 과장~부부장 중 여성 비율이 31.7% 수준을 기록했다. 적어도 금융권 전체 젊은 리더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을 때 여성이 남성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촌극은 연출하지 않아도 되겠다.
금융권 공동취업 박람회는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청년층을 지원하는 행사다. 취업 정보는 물론 선배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도 전해야 한다. 선배로서, 또 기업으로서 청년층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 금융권의 여성 CEO 비중은 분명 낯 뜨거운 통계치다. 그래도 앞으로는 더 나아질 수 있고 실제로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예비 금융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부적으로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 배제) 및 유리벽(여성의 특정 직무 담당 배제)을 제거하고 양성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인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예비 금융인들에게 "성별에 상관없이 공평한 기회가 열려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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