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향나무를 좋아한다. 어릴 적 필기구인 연필을 사용할 때 문드러지고 짧아진 연필을 칼로 깎을 때 배어 나오는 향긋한 내음은 뭔가 새로움이 전해져 좋았고, 제사를 지낼 때 향로에서 피어나는 향 내음은 누군가를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는 듯 은은한 향나무 연기가 전해져 좋은 느낌이 더해졌다.

대개 나무는 곧게 자라 주택용 목재나 대형 가구용 판재 및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향나무는 비스듬하거나 꼬이면서 자라나 연필이나 향기목으로 많이 쓰이며, 조각재·가구재·장식재 등에 멋과 향을 더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또한 향나무는 동양화에서 푸근하고 절개 있는 모습으로 많이 표현되듯이 주로 한국·일본·중국 및 몽골에 분포하여 자라며, 크게는 20m 정도까지 크지만 그 생명은 수백 년을 넘어 천년의 고목으로 자란다.

향나무의 특색을 보면 상록의 녹색 잎은 마주 나거나 돌려 나며, 새싹(맹아, 萌芽)은 잎사귀에 날카로운 침이 달려있고 7∼8년생부터는 비늘 같은 부드러운 잎으로 자란다. 특히 잎들은 가지를 보호하며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밀생한다.
침이 달린 새 잎사귀는 아마도 어린잎이 천적들에 대항하여 날카로운 가시로 자신을 방어하고 익어가면서 둥글게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향나무는 측백나무와 같은 과의 식물로 측백나무는 곧게 자라며 잎이 평편하고 부드럽게 자라 형태가 다르지만, 나무의 특유한 향을 품은 것이나 열매의 모양은 비슷하다.

향나무 가지는 새로 돋아날 때는 녹색이지만 3년 정도 지나면서 검은 갈색으로 변하여 세월을 품고 역사를 담아 만들어 간다. 꽃은 4~5월에 자갈색으로 피고, 열매는 이듬해 가을에 자흑색으로 익어 안에는 1~6개(주로 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번식은 이 종자나 꺾꽂이로도 이뤄진다. 그리고 다사다난한 역사의 흐름과 척박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꺾이고 잘라져도 다양한 적응성을 보여주며 아픔을 해결하는 향나무의 강인함도 있다.

향나무는 상나무나 노송나무로 불리며, 약재로도 쓰이는데 잎은 약성이 따뜻한 성질에 매운 맛이 있고 강렬한 방향의 향기가 있는 생약재이다. 생약명은 회엽이라 하여 활혈, 거풍, 해독, 감기, 관절통, 타박상, 두드러기, 단독, 종독 등을 치료하는 한약재이며, 민간에서는 소염, 월경불순, 통경 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양에서는 향나무의 부드러운 어린 새싹은 샐러드용으로 쓰이고, 말린 어린 새싹은 훌륭한 차로도 활용한다. 더불어 향나무 열매는 위장에 좋으며 무거운 음식, 특히 지방이 많은 요리, 양배추 및 콩의 소화를 촉진제로 사용하고, 맥주나 양주의 향으로도 쓰인다.
이처럼 향나무는 우리에게 나무 자체로 눈과 마음에 안식을 주고, 그 향으로 코와 심신을 달래 주며, 목재로 다양한 생활에 활용되며, 식재료나 약재로도 사용된다. 향나무는 이를 위해 잎, 열매, 줄기 등 나무 전체를 아낌없이 내주며 수 천년 인간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이롭게 활용성을 인간에 주기위해, 향나무는 어린잎을 동물로부터 침으로 보호하여 자라며 험악한 환경과 갖은 변화에도 오랜 풍파의 세월에도 멋진 모습을 뽐내며 위용을 유지한다. 우리네 인간사에서도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고, 다양한 변화와 불리한 환경이나 조건들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위인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에 필요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향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자 인내하고 노력한다.
또한 자신을 희생하고 아낌없이 내주는 향나무의 향기와 활용성은 배워, 인간으로 태어나 인류를 위한 하나의 의미로 남고 멋지게 떠나고 싶은 마음과 의지가지길 원한다. 나도 어떠한 환경을 탓하기 전에 극복과 인내를 기반으로 노력하는 삶을 언제까지나 가지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샤프나 볼펜에 밀려 연필을 깎아 사용할 일이 없어 칼을 사용해 사각사각 깎을 때 마다 느껴지는 향나무의 향기에 새로움도 없어졌고, 추모와 기념의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와 함께 고인을 회상하던 의식도 사라져가는 중이다.
더불어 경쟁과 차별화 속에 인내하며 희생하는 향나무를 통한 여러 교훈들과 멋진 가구들도 점차 소멸되는 것 같다. 아마 요즈음 세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루한 모습과 가르침이라고 보여질 수 있다. 그래도 향나무는 여전히 세상 풍파를 이기며 여전히 역사를 품은 채 고고한 자태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