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배달비가 치솟자 배달앱 사용자가 줄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봄은 통상 배달업계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코로나가 완화된 이후 치솟은 배달비에 대한 회의감이 일부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영향도 있다고 봅니다. 일종의 가격 저항인 셈이죠.
최근 라이더 노조가 배달비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배달비 논란이 재점화했습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스가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어린이날 파업을 예고해 ‘배달 대란’도 우려되는 상황이죠. 배민 라이더는 정말 어린이날 파업할까요.
■ “요즘 배달 안 시키는데”..배달 플랫폼 이용자 ‘뚝’
실제로 배달 플랫폼 앱 이용자 수는 매월 감소하고 있습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2898만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4만명(18%)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이 7%, 요기요가 24%, 쿠팡이츠는 47% 감소해 절반에 가까운 이용자 수가 빠졌습니다. 몸집이 클수록 타격은 덜한 모습입니다.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배달업계는 최근 배달비 부담을 덜어낸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배민은 배민1에서 최적묶음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출시했습니다. 쉽게 말해 한 집에 하나의 배달만 하던 배민 라이더가 여러 집에 묶음배달을 수행하게 된 겁니다. 배민은 소비자와 점주의 알뜰배달 비용는 각각 2000원대, 3300원 이하로, 배달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알뜰배달의 모델은 배달대행업체를 통하는 기존의 배달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라이더와 계약하는 주체가 플랫폼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죠. 특히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직접 배달을 위해 배달대행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을 설립하고 배민1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민커넥트 앱을 통해 누구나 라이더(전업)와 커넥터(알바)로 배달대행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그동안 큰돈 번 배달 라이더..배민 노조는 왜 파업할까?
그렇다면 배민 라이더스가 파업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은 역시 배달비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배민1은 중개 수수료 6.8%와 배달비 6000원으로 운영된다고 말씀드렸죠. 배민은 라이더가 배민1 서비스를 수행한 후 지급하는 배달기본료를 3000원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배달기본료는 최소한의 거리 기준(675m 미만)으로, 거리 할증에 따른 배달기본료와 시간별·날씨별 수요와 공급 상황 등에 따라 프로모션 수수료가 붙어 라이더의 수입이 결정됩니다.
배민 라이더스는 이 배달기본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배달기본료는 소비자나 식당 점주에게 배달비를 추가로 받자는 게 아니라 배민이 현재 배민1 서비스에서 기본적으로 받고 있는 배달비 6000원에서 더 떼어달라는 의미입니다. 배민 라이더 측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본배달료가 9년째 동결된 상태라고 주장합니다.
또 알뜰배달 도입으로 기존 기본배달료보다 더욱 낮아진 배달비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에 따르면 알뜰배달 요금체계는 픽업요금(서울 1200원·지방 1000원), 전달요금(1000원), 구간요금(100m당 80원) 등에 따라 최소 배달료가 2200원으로 책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죠. 한 건만 배달하고 높은 요금을 받다가 여러 건 배달로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데 노동의 대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니 말이죠.
■ 높은 배달비 받는 배민, 과연 악덕 업주인가?
그럼 배민이 배달비 폭리만 취하는 악덕 업주인 걸까요.
배민 역시 고민이 많습니다. 우선 배달비부터 이야기하자면, 라이더 배달비를 포함해 배민1 서비스 운영을 위한 각종 제반 비용을 따져봤을 때 건당 6000원의 배달비를 받아야 사업이 유지된다고 합니다.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비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거리 할증에 따라 달라지는데, 배달 수요가 몰리는 피크타임이나 비·눈 등 기상 악화 시 프로모션 수수료가 더 붙습니다. 배민1은 6000원 이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는 자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배민은 배민1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적자를 부담하면서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는 실적이 증명합니다. 실제로 배민은 작년 배달1 프로모션 요금제를 변경하고 나서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배민은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인데, 적자 보는 사업을 무리해가며 유지해야 할 이유도 의무도 없습니다.
또 알뜰배달은 기존의 단건배달과 시스템이 달라 건당 요금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단건배달은 기본배달료에 거리 할증 등이 붙는 반면 알뜰배달은 픽업요금·전달요금·구간요금 등으로 배달비가 책정됩니다. 구간요금의 경우 여러 주문을 수행하면서 구간 단위로 배달비가 책정되다보니 비교 단위가 다르다는 겁니다. 오히려 동선을 최적화하며 배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라고 소개합니다.
■ 노조의 파업 예고..어린이날, 배달 대란 현실화하나
배민 라이더 노조와 배민은 현재 협상을 위한 교섭 단계라고 합니다. 협상이 결렬되면 노조는 찬반 투표를 통해 5월 1일 집회와 오토바이 행진, 5일 주문 파업 등을 벌인다는 계획입니다. 휴일인 만큼 배달 수요가 많아질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날 ‘배달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죠.
그런데 만약 배민 라이더가 파업한다면, 그 파장이 우리의 배달 주문에 영향을 미칠까요. 사실 배달 파업의 실체는 알 수 없습니다. 라이더 노조의 배달 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거든요. 작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쿠팡이츠 라이더 노조는 기본배달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월드컵 특수의 가장 큰 수혜자는 요기요였습니다. 월드컵 조별리그 첫 날 배민은 이용자가 몰려 서비스 장애로 일시적으로 서버가 먹통이 됐고, 쿠팡이츠는 라이더 파업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 플랫폼 3사 이용자 수는 모두 늘었습니다. 당시 앱 이용자 수는 전주 동일 대비 배민·요기요·쿠팡이츠가 각각 37.5%, 58.3%, 39.1% 증가했습니다.
배달 라이더는 개인 사업자입니다. 일하는 만큼 돈을 벌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파업에 동참하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죠. 모두가 동시에 파업한다면 ‘단체’로서 힘을 가지겠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배달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는 만큼 단체 파업은 사실상 너도 나도 돈 벌지 말자는 개념이죠.
또 플랫폼 배달은 앱을 통해 개별로 일을 받는 구조다보니 기존 계약 라이더 이외의 외부 인력의 유입도 막지 못 합니다. 특히 월드컵 같이 배달 수요가 몰리는 날에는 피크타임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배달 플랫폼 측에서 붙여주는 프로모션도 만만치 않게 짭짤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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