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의 ‘이자장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해들어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선 반면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하고 있어서다.
논란이 확산되자 은행권에서는 예금과 대출의 상품 구조 차이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은행연합회는 ‘최근 은행권 여수신금리 동향 등에 설명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 현상에 대해 “예금과 대출의 만기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은행연합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시장의 시장금리가 즉각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은 시장금리에 따라 매일 또는 매주 금리가 바뀌는 ‘시장연동형’ 상품이 많다.
반면 은행 주담대 금리는 대부분은 코픽스(COFIX)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을 집계해 다음 달 15일에 발표한다. 12월 코픽스가 발표되기 전이기 때문에 아직 예금금리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준거금리에 따른 금리 반영 시차가 있었을까?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최고금리는 연 3.0~4.6%로 집계됐다. 전월 취급 평균금리가 3.8~5.01%였음을 감안하면 하단은 0.8%포인트, 상단은 0.4%포인트가 하락한 셈이다.
우선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지난해 11월까지 예금금리를 인상했다. 이 시기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시장금리는 치솟고 은행채 발행도 중단됐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최고 5%대를 찍었던 시기다.
하지만 12월 이후 자금조달시장 여건이 안정되면서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연 5.117%까지 치솟았던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4.037%까지 떨어졌다. 자금 조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이에 연동된 예금금리도 낮아진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10일 기준 은행권 주담대 최고 금리는 연 8.11%로 지난해 11월 25일 대비 상단 금리가 0.31%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가 된 11월 신규코픽스를 살펴보면 4.34%로 2010년 2년 코픽스 공시 이후 최고치다. 전달 대비로는 0.36%포인트 증가해 주담대 금리 상단 증가폭과 어느정도 맞아 떨어진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은행은 11월 기준 코픽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12월 기준 코픽스는 오는 16일에 발표돼 익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12월초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1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담대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코픽스가 적용되는 시차 때문에 코픽스 기준이 아닌 금융채 기준으로 금리를 산정하는 경우 주담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기준 신한은행의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5.39~6.29%이지만 금융채(5년물) 기준 주담대는 5.07~5.98%로 형성돼 있다. KB국민은행도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5.78~7.48%로 높지만 금융채(5년물) 기준으로 산정시 4.63~6.33%까지 낮아진다.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낮게 나올 경우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의 추가 하락을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은행권에서는 주담대 금리 상단과 실제 대출 금리 간 괴리가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의 상단은 6%대 중후반이었다. 하지만 실제 취급된 주담대 평균 금리는 5.11~5.71% 수준으로 낮다. 금리구간별 취급비중을 살펴봐도 4.5~6% 미만이 80~90%를 차지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대라고 해도 대부분의 고객은 그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다”면서 “과도한 예대금리차는 경계해야겠지만 이자장사 지적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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