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배부른 본사와 배고픈 가맹점..치킨의 ‘사랑 받을’ 자격에 대한 의문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5.06 16:52 의견 1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창업을 고민 중입니다. 치킨 어떤가요?’

창업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글이다. 치킨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사장님은 특히 많지만 네티즌은 단호하다. 대체로 ‘비추’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이다.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월 단위 매출과 각종 비용, 현재 업황, 그 사이에서 챙길 수 있는 마진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설명하는 현직 사장님들이 다수다. 시작하고자 결심했다면 관련 업종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상황을 수개월 지켜본 후 실행에 옮기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치킨 사랑은 유별나다. 당당한 ‘국민 간식’ 타이틀을 얻고 나서 어쩐지 길 건너마다 치킨집 하나씩은 들어선 듯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1년 코로나 이후 축산물 소비 조사에서 닭고기를 일주일에 한번 이상 먹는 소비자는 10명 중 5명 이상이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닭고기 연간 소비량은 15.76kg다. 치킨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닭이 9~10호(0.9~1kg)인 점을 감안하면 한 명이 1년 동안 약 15~16마리를 먹는 셈이다.

날로 높아지는 대국민 치킨 사랑에도 치킨업계는 곪아가고 있다. 최근 BBQ발 ‘치킨 적정가 3만원’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치킨 가격에 대한 비난이 잇따른다. 지난해 말 업계 1위 교촌이 가격을 인상한 후 bhc도 가격을 조정했다. 최근 BBQ도 가격을 올리면서 ‘2만원 치킨’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원자재·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과 가맹점과의 상생을 이유로 가격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과연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한 행보로 봐야 할까.

올해 치킨업계 업황이 어렵다는 말은 사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영향 받으면서 사룟값이 올라 닭고기 가격이 오름세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에 식용유 대란도 예고된 상태다. 앞서 지난 3~4월 한국육계협회와 하림·올품 등 16개 육계 사업자가 닭고기 가격을 10년가량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치킨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얻기도 했다. 꾸준히 오르는 인건비와 배달비 역시 가격 인상 압박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업황과 업체 사정은 명백히 다르다. 상황과 상관없이 실적이 우수했다면 더욱 그렇다. ‘치킨 시장 양극화’는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국내 치킨업계 치킨 3사 교촌·bhc·BBQ는 지난해 호황을 입었다. 교촌·bhc·BBQ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5.65%, 32.5%, 16.7%다. 반면 ‘동네 치킨집’은 매출은 반 토막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치킨 전문점 매출액 규모는 2019년 1월 3134억원에서 올해 1월 1633억원으로 47.8% 감소했다.

32.5%과 16.7%. 비상식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bhc와 BBQ의 경우 ‘원가 압박’ 핑계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마진이 적은 도소매유통업 구조상 10%대 이익률 내기도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잘 나가는 스타벅스도 8~10% 수준이다. 내막을 알 수 없으나 이들의 ‘폭리’를 엿볼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명확하다. 상생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bhc와 BBQ는 소비자 가격 인상과 함께 가맹점 납품 원부자재 가격도 각각 평균 7.8%, 19.5% 올렸다.

치킨 가격은 올랐지만 치킨집을 포기하는 가맹점주는 계속 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치킨집 폐업률은 78.2%에 달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알려진 치킨집 마진은 통상 10% 내외다. 2만원 치킨을 한 마리 팔고 나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어지는 돈은 2000원 내외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네임벨류 치킨 전문점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치킨의 세계화 또한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본사의 폭리와 소상공인의 땀과 눈물이 뒤섞여 식탁에 오르는 치킨, 국민의 사랑으로 성장한 치킨이 과연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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