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흑자행진' 철강 vs '적자의 늪' 조선..생존 둘러싼 '후판값 협상' 승자는

조선업계 "후판값은 생존 직결" vs 철강업계 "우리도 불안정"
한국조선해양·삼성重 각각 1.3조 적자.."후판값 인상 여파"
포스코·현대제철 영업익 284.4%·3241.3%↑.."가격 인상 영향"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2.08 14:59 | 최종 수정 2022.02.09 10:31 의견 0
8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조선업계는 지난해 후판 가격을 상·하반기 톤당 각각 10만원, 40만원씩 올리기로 합의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익을 거둔 철강업계과 적자의 쓴맛을 본 조선업계가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후판값'을 놓고 옥신각신 씨름하고 있다. 상반기 후판값 협상이 본격 막을 올리며 누가 테이블의 승자가 될지 주묵된다.

8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두 업계 간 후판 납품가 협상이 이달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후판은 6밀리미터 이상 두께의 열연강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조선사와 철강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시장에서도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판값 협상은 통상 1년에 두 번 진행된다. 앞서 두 업계는 지난해 후판 가격을 상·하반기 각각 톤당 10만원과 40만원 가량씩 올리기로 합의했다. 현재 후판 가격은 톤당 105만~115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는 "더이상 가격 조정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강력히 밝히고 있다. 이미 후판 등 강재 가격 급등 전망에 따른 충당금으로 실적이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조선사들은 수주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조 단위 적자를 거뒀다. 특히 세계 1위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1조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 역시 1조3120억원의 영업 적자를 봤다. 대우조선해양도 1조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들 조선 3사 모두 올 들어 7조원 규모가 넘는 수주 성과를 기록했지만 계속해서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이번 협상 결과를 앞두고 긴장하는 눈치다.

반면 철강업계는 같은 기간 조선·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 회복세와 제품가격 상승 요인으로 유례 없는 실적 신화를 써내려갔다. 조선업계의 '후판값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9조2380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284.4% 뛰었다. 현대제철도 3251.3% 증가한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들 철강사 두 곳은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값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할 경우 가격 인상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지난해에도 철광석 가격 급등이 후판값 인상을 부추긴 바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중국 칭다오항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237달러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다만 지난달 24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25.31달러를 기록해 전달 대비 소폭 올랐지만 안정세에 진입했다는 평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후판 공급 가격 인하를 결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도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협상 전이지만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상승하거나 내려가면 하반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각자 생존을 위한 '후판값' 줄다리기를 팽팽히 지속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철강사와 조선사 실적이 모든 걸 말해준다"면서 "후판값 급등으로 천문학적인 적자를 안은 조선업계와 달리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사상 최대 흑자를 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철강업계의 후판 사업부는 말 그대로 하나의 사업부에 불과하고 이익까지 많이 보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후판 가격은 조선사의 당장 생존과 직결되고 지난해보다 하향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공통 의견이다"고 덧붙였다.

또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에는 조선업황 부진을 고려해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했지만 지난해에는 원자재 값도 크게 오르고 조선 수주도 활발해 가격을 인상했다"며 "현재 철광석 가격이 여전히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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